[다산칼럼] 시민운동과 정치권 변화..하용출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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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용출 < 서울대 교수 / 외교학 >
시민단체들의 낙천.낙선 운동을 두고 찬반 시비가 분분한 가운데 이 운동의
세가 더욱 확산되는 추세다.
많은 논의들이 근본적인 문제의 제기없이 이 운동에 대한 지지여부에 쏠려
있거나 이를 통해 간접적인 정치성향의 표출로 편가르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찬반여론에 앞서 두가지 근본적인 문제를 검토해 보아야 한다.
첫째는 한국 시민사회 운동은 왜 이렇게 정치적 성격을 띠고 전개되어야
하는가이다.
밑으로부터 견실한 시민사회가 정착되기 앞서 정치운동이 선행되고 있는
것은 바로 한국 시민사회 형성의 독특성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또한 이 운동을 주도하는 세대와 시민운동의 정치화 현상을 같이 고려할
필요가 있다.
두번째 질문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시민운동이 궁극적으로 어떠한 정치적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이다.
이 질문은 다른 각도에서 시민운동의 장래, 즉 정치적 시민운동과 시민운동
의 정치화의 경계에 관한 질문이다.
국가주도형 산업화는 혈연 학연 지연에 기반한 반 근대 반 전통 사회를
낳았다.
정치와 경제가 유착된 결과로 나타난 이 구조를 깨는 방법은 정치와 경제의
관계를 재규정하는 것이고, 이를 위한 수단과 방법은 정치로부터 시작되게
마련이다.
이에 따라 한국 시민사회 건설의 시작은 서구와 달리 정치적 성격을 띨
수밖에 없었다.
기성정치 그룹은 지역주의를 이용했고 이 과정에서 한국정치는 이데올로기의
지평없이 표류해왔다.
이러한 구조속에서 지연 학연 구조를 깨는 길은 점진적인 방법으로 관료제도
의 독립성에 기반한 법치주의의 정착과 투명성의 제고일 것이다.
이 방법은 그동안 관료제도의 정치화에 따라 그 실천성을 상실해갔다.
다른 하나는 특정 그룹에 의한 동원형 타깃팅 방식인데 현재 시민단체
그룹들이 행하는 방식이다.
이들은 대부분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반정권 투쟁을 벌이면서 거의 유일하게
탈지역적 탈 학연적 모습을 띠고 있는 단체다.
아마도 이들의 표면적 정당성은 여기서 나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한국 시민사회는 학연과 지연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그룹의
정치개혁을 통한 하향식 시민사회 건설방식을 띠게 된다.
따라서 한국 시민사회운동은 내재적으로 정치화의 위험성을 갖고 있다.
정치영역의 변화를 통한 시민사회 형성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이경우 정치적 시민운동이 성공하면 할수록 성공의 아이러니, 즉 집단의
정치화를 위한 대내외적 압력이 증가할 것이다.
특히 시민단체 리더들의 과거 정치운동 경력, 이데올로기적 성향, 한국
정치의 충원 루트의 제약 등을 감안하면 정치화의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다.
시민운동의 파장은 4월 총선 이후 정치권의 변화와 밀접히 연관돼 있다.
대체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하나는 이상적인 유형으로 기성 정치집단 내부에 민주적 절차와 정책
정당화의 움직임이 활발히 이뤄지는 동시에 일부 시민단체 출신들이
정치권에 영입되는 상황이다.
이 경우 시민단체는 민주화, 도덕성 회복 등 공통적 과제를 완수하고,
서구형 시민단체의 역할, 즉 구체적인 정책 내용에 관한 시민운동의 전문화
직능화의 길을 걸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4월 총선 결과를 놓고 기성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서로의 승리를
주장하면서 기성 정치권이 시민단체의 요구를 부분적으로 수용하고 시민단체
의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다.
시민단체는 단순한 국민 공동 관심사인 선거와 도덕성의 원칙 문제를 떠나
보스정치 청산의 구체적 요구를 들고 나오면서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 상황에서 기성 정치권 내부에서도 일부 영입인사 등 신세대와 구정치인
사이에 세대 갈등의 양산 및 이데올로기 대결이 나타날 것이다.
시민단체도 구체적 정책 내용을 주장하면서 내부적 갈등을 겪으며 외부적
으로 전폭적 지지를 상실하게 되는 혼전 양상이 예상된다.
세번째 시나리오는 시민운동의 정치화로서 두번째 시나리오의 악화 현상이다
기성정치 집단이 현상유지에 성공하고 영입인사들이 정치적 소용돌이에
흡수됨에 따라 실망한 시민단체의 정치화가 진행, 즉 정당화 과정을 예상할
수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 뿌리 박힌 지연 풍토와 시민단체 활동의 단기성, 보스정치
구조 등을 고려할 때 4월 총선은 그 어느 쪽으로도 완벽한 승리를 가져오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제2의 것일 가능성이 높다.
제2의 시나리오는 제3의 시나리오로 발전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제3의 시나리오로의 발전은 한국 정치를 보수 진보 세력으로 양분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이점도 있으나 시민사회 운동차원에서는 시민운동의
공동화를 초래하는 부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4월 총선은 이런 의미에서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정치적 실험을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다.
< yong@plaza.snu.ac.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7일자 ).
시민단체들의 낙천.낙선 운동을 두고 찬반 시비가 분분한 가운데 이 운동의
세가 더욱 확산되는 추세다.
많은 논의들이 근본적인 문제의 제기없이 이 운동에 대한 지지여부에 쏠려
있거나 이를 통해 간접적인 정치성향의 표출로 편가르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찬반여론에 앞서 두가지 근본적인 문제를 검토해 보아야 한다.
첫째는 한국 시민사회 운동은 왜 이렇게 정치적 성격을 띠고 전개되어야
하는가이다.
밑으로부터 견실한 시민사회가 정착되기 앞서 정치운동이 선행되고 있는
것은 바로 한국 시민사회 형성의 독특성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또한 이 운동을 주도하는 세대와 시민운동의 정치화 현상을 같이 고려할
필요가 있다.
두번째 질문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시민운동이 궁극적으로 어떠한 정치적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이다.
이 질문은 다른 각도에서 시민운동의 장래, 즉 정치적 시민운동과 시민운동
의 정치화의 경계에 관한 질문이다.
국가주도형 산업화는 혈연 학연 지연에 기반한 반 근대 반 전통 사회를
낳았다.
정치와 경제가 유착된 결과로 나타난 이 구조를 깨는 방법은 정치와 경제의
관계를 재규정하는 것이고, 이를 위한 수단과 방법은 정치로부터 시작되게
마련이다.
이에 따라 한국 시민사회 건설의 시작은 서구와 달리 정치적 성격을 띨
수밖에 없었다.
기성정치 그룹은 지역주의를 이용했고 이 과정에서 한국정치는 이데올로기의
지평없이 표류해왔다.
이러한 구조속에서 지연 학연 구조를 깨는 길은 점진적인 방법으로 관료제도
의 독립성에 기반한 법치주의의 정착과 투명성의 제고일 것이다.
이 방법은 그동안 관료제도의 정치화에 따라 그 실천성을 상실해갔다.
다른 하나는 특정 그룹에 의한 동원형 타깃팅 방식인데 현재 시민단체
그룹들이 행하는 방식이다.
이들은 대부분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반정권 투쟁을 벌이면서 거의 유일하게
탈지역적 탈 학연적 모습을 띠고 있는 단체다.
아마도 이들의 표면적 정당성은 여기서 나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한국 시민사회는 학연과 지연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그룹의
정치개혁을 통한 하향식 시민사회 건설방식을 띠게 된다.
따라서 한국 시민사회운동은 내재적으로 정치화의 위험성을 갖고 있다.
정치영역의 변화를 통한 시민사회 형성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이경우 정치적 시민운동이 성공하면 할수록 성공의 아이러니, 즉 집단의
정치화를 위한 대내외적 압력이 증가할 것이다.
특히 시민단체 리더들의 과거 정치운동 경력, 이데올로기적 성향, 한국
정치의 충원 루트의 제약 등을 감안하면 정치화의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다.
시민운동의 파장은 4월 총선 이후 정치권의 변화와 밀접히 연관돼 있다.
대체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하나는 이상적인 유형으로 기성 정치집단 내부에 민주적 절차와 정책
정당화의 움직임이 활발히 이뤄지는 동시에 일부 시민단체 출신들이
정치권에 영입되는 상황이다.
이 경우 시민단체는 민주화, 도덕성 회복 등 공통적 과제를 완수하고,
서구형 시민단체의 역할, 즉 구체적인 정책 내용에 관한 시민운동의 전문화
직능화의 길을 걸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4월 총선 결과를 놓고 기성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서로의 승리를
주장하면서 기성 정치권이 시민단체의 요구를 부분적으로 수용하고 시민단체
의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다.
시민단체는 단순한 국민 공동 관심사인 선거와 도덕성의 원칙 문제를 떠나
보스정치 청산의 구체적 요구를 들고 나오면서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 상황에서 기성 정치권 내부에서도 일부 영입인사 등 신세대와 구정치인
사이에 세대 갈등의 양산 및 이데올로기 대결이 나타날 것이다.
시민단체도 구체적 정책 내용을 주장하면서 내부적 갈등을 겪으며 외부적
으로 전폭적 지지를 상실하게 되는 혼전 양상이 예상된다.
세번째 시나리오는 시민운동의 정치화로서 두번째 시나리오의 악화 현상이다
기성정치 집단이 현상유지에 성공하고 영입인사들이 정치적 소용돌이에
흡수됨에 따라 실망한 시민단체의 정치화가 진행, 즉 정당화 과정을 예상할
수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 뿌리 박힌 지연 풍토와 시민단체 활동의 단기성, 보스정치
구조 등을 고려할 때 4월 총선은 그 어느 쪽으로도 완벽한 승리를 가져오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제2의 것일 가능성이 높다.
제2의 시나리오는 제3의 시나리오로 발전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제3의 시나리오로의 발전은 한국 정치를 보수 진보 세력으로 양분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이점도 있으나 시민사회 운동차원에서는 시민운동의
공동화를 초래하는 부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4월 총선은 이런 의미에서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정치적 실험을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다.
< yong@plaza.snu.ac.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