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우여곡절 끝에 김각중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대행(경방 회장)을
26대 회장으로 추대한 것은 재계 화합을 위한 장고 끝의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동시에 현정부의 재벌정책도 이번 인선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각중 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는 한둘이 아니다.

빅딜(대규모 사업교환) 과정에서 생긴 대기업간 앙금을 서둘러 해소해야
한다.

최근 들어 현대 삼성 LG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은 전경련 월례회장단 회의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5대 그룹 이외의 그룹 회원사들은 전경련이 지나치게 5대 그룹 중심으로만
운영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상황이다.

정부의 경제 관료들조차 오너클럽인 전경련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여러차례 지적했다.

재계는 김 회장이 공식추대를 계기로 흐트러진 재계분위기를 규합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김 회장의 또다른 과제는 전경련 및 대기업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이다.

정부의 개혁압박에 쫓겨 대기업이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업 경영과정
에서 빚어진 많은 문제점들이 한꺼번에 노출됐다.

일각에서는 대기업의 잘못된 경영관행이 외환위기를 초래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그 결과 압축성장 과정에서 공과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기업가 정신이
손상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따라서 김 회장은 실추된 대기업 이미지를 회복하고 국민들이 기업인을
제대로 평가할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 관계자는 "김 회장이 전경련 발전특별위원회를 본격적으로 가동해
사무국 조직개편 등 구체적인 개혁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사회공헌 등 기능별 위원회 활동을 강화해 회원사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단체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밖에 김 회장은 제조업이 경시되는 풍조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제조업과 벤처산업이 함께 발전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전망
이다.

최근 전경련이 중견 벤처기업을 회원사로 영입하려는 것도 이같은 취지의
일환으로 평가할 수 있다.

재계도 차기 전경련 회장의 책무가 막중하다고 보고 추대과정에서 21명의
회장단 전원과 원로 고문단의 의견 조율을 통해 김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였다.

손병두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김 회장 추대모임을 갖기에 앞서 구자경
LG명예회장, 정몽구 현대 회장,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 등을 직접 만나
의견을 타진했으며 나머지 회장단과는 전화통화를 통해 김 회장 추대 의사를
거듭 확인했다.

한편 전경련 회장을 추대하기 위한 재계 모임에는 김 전경련 회장대행을
비롯해 유창순 전부총리, 강신호 동아제약, 장치혁 고합, 박용오 두산,
강진구 삼성전기, 이준용 대림, 이웅렬 코오롱, 김석준 쌍용건설회장과
손병두 전경련 상근 부회장 등 10명이 참석했다.

< 이익원 기자 ikle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