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젊음이 불꽃 튀던 시절.

어렵사리 구한 "플레이보이" 한 권.

같은반 아이들 전체가 ''회람(?)''하는 통에 너덜너덜해진 책장을 넘길 때
눈에 들어오는 여인의 나상.

현기증을 느끼다 못해 숨이 막힐 것 같은 현란한 선동질에 몸둘 바를
모른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 가면 시각적 충격의 강도는 서서히 하강한다.

그다지 재미도 없고 별반 감흥도 없다.

내성 때문일까.

연령 탓일까.

산전수전 다 겪고 난 역전의 용사만이 누리는 여유일까.

가장 중요한 요소가 빠졌기 때문이다.

성적 스릴이 없어진 것이다.

현악기 줄을 바짝 조여 튕길 때 손끝에서 느껴지는 팽팽한 떨림이 사라진
것이다.

섹스 매너리즘에 빠져 버리기 때문이다.

시장에 산더미같이 쌓인 사과.

맛이야 있지만 별미는 아니다.

그러나 한적한 시골길 과수원 주위를 거닐다가 주인 몰래 훔쳐 먹는 사과
맛은 아주 독특하다.

훔친 사과가 더 맛깔이 난다.

상궤에서 벗어난 일탈의 스릴이자 남모르게 행한다는 서스펜스가 끼여 들기
때문이다.

먹히는 사과의 입장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주인의 손길로 수확되어 시장에 끌려나가 돈에 팔려 누군가에게 먹히는게
정상적인 유통과정이다.

하지만 한껏 달콤한 향기를 풍기고 윤기있는 자태를 뽐내며 멀쩡한 사람들
의 도벽을 충동질하여 그 손에 따먹히는 스릴을 가정할 수 있다.

최근 자녀 안심하고 학교보내기운동 추진본부 집계 결과 작년 한해 10대와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입건된 사람은 모두 9백50여명이다.

그중 1백26명이 구속됐다고 한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이른바 원조교제의 원조자(?)들이다.

원조교제 뿐 아니라 전화방을 통한 매춘 수요자들도 부지기수다.

거의 대부분 호기심 아니면 동물적 야수성의 발로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섹스 매너리즘에서 탈피하기 위한 짓거리일 수도 있다.

일탈의 짜릿함을 위해 도덕이나 윤리규범의 틀을 부셔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원조를 받는 상대 여성들 역시 오직 궁핍한 생활고 탓이라고만
이해하기엔 억지스럽다.

어느 정도는 금기를 깨뜨리는 스릴의 유혹이 끼여들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오는 7월 시행되는 개정 청소년보호법은 청소년과 매매춘을 한 사람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형과 함께 신상을 낱낱이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어찌보면 징역 자체보다 신상공개가 더 무서운 징벌이다.

그렇다고 원조교제가 쉽게 사라질 것 같진 않다.

위험할수록 유혹의 강도 또한 거세지는 인간의 심리 때문이다.

< 준남성크리닉원장 jun@snec.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