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68)씨의 구겐하임 특별전이 11일(현지시간)
개막된다.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는 뉴욕의 유명 미술관인 "솔로몬 구겐하임"의
초청으로 오는 4월 말까지 2개월여에 걸쳐 계속될 이번 전시회는 백씨의 유명
작품을 한 자리에 모아 놓은 미국내 첫 회고전 성격을 갖는 데다 구겐하임측
의 첫 밀레니엄 이벤트로 하이테크를 중심으로 한 영상예술이 선정됐다는
점에서 특별한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 전시회의 중심 작품으로 꼽히는"야곱의 사다리(Jacob''s Ladder)"는
나선형으로 된 구겐하임 미술관의 독특한 건물구조에 맞춰 중앙홀 전체를
차지하고 있다.

중앙홀의 25m 높이에서 쏟아지는 폭포 사이로 대각선 사다리 모양의 레이저
빔이 쏘아지고 이를 연결고리로 원형홀에 설치된 1백여대의 TV 수상기가
현란한 레이저 쇼가 투사되는 천장의 스크린과 연결돼 관람객과 함께 "천
지 인"이 하나가 되는 것을 상징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야곱의 사다리"를 비롯한 레이저 작품이 다수 선을
보임으로써 비디오 예술을 개척한 백씨가 레이저 아트라는 새로운 장르를
시험하는 무대가 될 것이란 평을 받고 있다.

이밖에"텔레비전 탑"과 "비디오 물고기", "TV가든" 등 백씨의 비디오 예술
40년을 결산하는 유명 작품들이 1층에서 7층까지 원형홀을 감고 올라가는
나선형 경사로를 따라 전시돼 있다.

백씨는 일반 개막을 하루 앞둔 10일 구겐하임 미술관에 나와 기자들에게
"큰 명예로 생각한다"면서 "늙어 죽기 전에 이런 큰 전시회를 갖게 돼
감개무량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96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왼쪽 마비증세로 휠체어를 타고 전시장에
나온 백씨는"말하고 움직이는데 큰 불편은 없다"면서 건강은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구겐하임 미술관의 존 핸하르트 관장은 "밀레니엄의 첫 전시회로 백씨의
회고전을 택한 것은 텔레비전과 미디어를 예술로 승화시킨 예술가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구겐하임의 원형홀과 나선형 전시공간이 백씨의
업적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회는 총 2백만달러 이상의 예산이 투입됐으며 메릴린치와 삼성문화
재단, 뉴욕주재 한국문화원 등이 협찬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