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금리 인상문제와 관련, 금융통화위원들이 10일 금통위에서 소신결정을
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통위원들은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권한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동안 "거수기"
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들어왔던게 사실이다.

정부가 정해놓은 정책구도를 사후적으로 승인하는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는
비난이 금통위원들에게 쏟아졌던 것이다.

그래서 곽상경 금통위원(현 고려대 교수)은 금통위의 한계를 절감하고 작년
6월 중도에 사퇴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한은 관계자는 "장단기금리 격차를 좁히기 위해 단기금리인 콜금리를
올리자는 여론이 금통위원들 사이에 형성돼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한 금통위원도 "3일로 예정돼 있던 금통위를 10일로 연기한 것은 대우채권
환매비율 확대이후 금융시장 상황을 보자는 것이었다"며 "금융시스템 복원을
더이상 미룰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앞서 지난 6일 김종창 금융감독위원회 상임위원이 기자브리핑에서
"콜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말하자 일부 금통위원들은 "금통위가 왜 존재
하는지 조차 모르겠다"며 분개하기도 했다.

금통위원들은 금통위의 위상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도 이번에 "뭔가 작품
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기류가 10일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1월 취임한 이후 줄곧 한자릿수 장기금리를
강조해 왔다.

그는 사석에서 적정한 장기금리 수준(8%대 후반)마저 언급하다.

저금리에 대한 그의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금감위도 장단기금리 격차를 해소할 방안으로 장기금리를 낮추는게 바람직
하다는 입장을 수시로 밝혀 왔다.

아직 금융시장 불안이 가시지 않은 마당에 콜금리를 올리면 자칫 금융불안
이 장기화될지도 모른다는 시각이 깔려 있는 셈이다.

금통위원들도 이를 무시할 수만은 없다.

그동안의 금통위 회의록을 보면 "금통위원들이 과연 소신결정을 할 수
있을까"에 관해 의심케 하는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작년 10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일부 금통위원들은 "물가상승 압력에
대한 징후를 여러 측면에서 볼 수 있는 상황"이라며 "긴축적인 통화정책으로
의 선회에 관해 신중히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 위원은 또 통화정책방향 관련 표현을 계속 부드럽게만 해가다 보면
한은이 금리인상 시기를 놓치게 돼 향후 금리를 인상해야할 때는 충격을 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비록 완곡한 어법들이긴 하지만 금리조정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들
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대외적으로 발표된 금리정책은 "콜금리를 현수준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정도에 불과했다.

이번에도 유사한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

10일은 금통위의 위상을 재점검하는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 같다.

< 이성태 기자 stee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