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대 이동전화 업체인 영국의 보다폰 에어터치사가 독일 최대의 통신
업체인 만네스만사를 우호적으로 합병하기로 합의한 사실은 몇가지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미래 통신시장의 핵심으로 각광받고 있는 이동통신, 특히 무선인터넷
시장을 노린 초대형 통신기업이 부상했다는 점이 그렇고, 상당한 저항과
마찰에도 불구하고 미국 영국 독일을 아우르는 초국적 기업이 탄생했다는
사실도 그렇다.

이제는 흔한 일이 됐지만 각국 또는 각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는 업체끼리
손을 잡고 강력한 시너지효과를 노린 점도 마찬가지다.

세계 이동통신 시장은 현재 IMT-2000이라는 차세대 이동통신과 무선인터넷
두가지 분야에 관심을 쏟고 있다.

각자 자기의 고유 전화번호를 가지고 세계 어디에서든 통화가 가능한
IMT-2000에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무선인터넷이 결합되면 휴대폰 기능은
전화기에서 종합정보 단말기로 바뀌게 되며 그 시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세계 통신시장 장악을 노리고 선진 각국의 유력한 통신기업들간에
합종연횡식 제휴나 합병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이번 합병도 그중 하나
임은 물론이다.

이제 보다폰 에어터치사는 가입자수가 25개국에 걸쳐 5천4백만명이나 되고
기업가치가 3천6백억달러가 넘는 초대형기업이 됐다.

그러나 이번 합병은 단순히 가입자수가 많다거나 기업 덩치가 커졌다는
규모의 경제 이상의 의미가 있다.

현재 통신방식을 놓고 미국방식과 유럽방식이 경쟁하고 있는 IMT-2000시장에
서의 영업활동은 물론 미래의 표준화 논의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비교우위가 있는 유럽기업을 인수해 무선인터넷 분야에서 강력한
기반을 갖게 됐다는 점도 특기할만 하다.

한때 영국과 독일 양국간의 감정대립으로 까지 번질 정도로 강한 저항을
뚫고 인수금액을 몇번씩 올리면서 까지 끈질기게 합병을 성사시킨 것도 전에
없던 일이다.

보다폰사가 독일 만네스만사와의 합병성사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다음
목표는 아시아"라고 공언하고 나선 것만 봐도 현재 기업활동이 얼마나
초국가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기존 산업질서가 얼마나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더구나 손꼽히는 통신업체들끼리 결합하고 있다는 점이 우리같은 후발국들을
긴장시키는 대목이다.

이같은 세계 조류에 맞춰 정부 당국과 기업들은 장차 우리 경제를 짊어지고
나갈 국내 통신산업의 공정경쟁을 촉진하고 국제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대응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