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술(62) 라이코스코리아 사장이 또 주목을 끌고 있다.

주력기업인 미래산업의 나스닥상장, 벤처리더스클럽 결성, 인터넷
기업백화점 설립 등 굵직한 뉴스를 몰고 다니더니 이번엔 황제주 탄생의
주인공이 된 것.

액면가 5천원짜리 라이코스코리아 신주를 주당 1천8백만원에 매각했다.

국내 주식거래 사상 최고가다.

신주매각에는 국내기업뿐 아니라 일본의 스미토모상사 히카리통신
싱가포르의 싱가포르텔레콤 등 외국 굴지의 기업들이 대거 참여했다.

한국내 인터넷사업의 잠재력을 어떻게 전망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 사장은 자기 사업 이외에는 한눈을 팔지 않기로 유명하다.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다.

동창회에도 나가지 않는다.

상받는 것조차 싫어한다.

감투라면 더더욱 질색이다.

그런 그가 벤처리더스클럽 회장을 맡은 것은 대단한 변화다.

이 모임을 주도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벤처문화정립이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는 판단에서다.

그는 벤처 1세대이자 벤처기업인의 대부.

초창기 사업에 실패해 자살을 결심하기도 했다.

기술을 얻으러 외국기업을 방문했다가 느낀 모멸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목숨을 걸고 기술개발에 나서 마침내 외국 자이언트 기업들이 그에게
머리를 숙이게 됐다.

요즘 벤처 열풍이 불면서 사회 일각에서 반벤처정서가 싹트고 있다.

"무늬만 벤처"인 기업들이 발호한 탓이다.

기술개발과 도전정신은 뒤로 한 채 코스닥등록에만 열성인 기업들이 벤처에
대한 이미지를 흐리고 있다.

올바른 벤처문화를 정립시키는 데 한알의 밀알이 되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에겐 한가지 뚜렷한 목표가 있다.

남을 위해 번 돈을 쓰는 것이다.

그는 베풀기 위해 사업을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그는 폴 마이어의 "베풂의 철학"에 매료돼 이를 실천하려 노력한다.

그것이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궁금하다.

< 김낙훈 기자 nh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