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무리단계에 접어든 금융구조조정은 종금사부터 시작된다.

금융감독위원회는 고사위기에 처한 종금사들에 다양한 선택기회를 주어 살
길을 열어 주기로 했다.

증권 은행에 합병하든지 종금사끼리 합병해 증권사로 전환하라는 권유다.

그래도 종금사로 남겠다면 미국식 투자은행(인베스트먼트뱅크)을 지향하도록
업무제한을 터줄 방침이다.

이는 남은 9개 종금사에 위기가 닥치기 전에 미리 손을 써 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 왜 개편해야 하나 =금감위가 2일 내놓은 "종금사 발전방안"은 종금업계
의 영업환경이 극도로 위축돼 그대로 방치하기 어렵다는 인식의 산물이다.

종금 수신고는 지난 97년3월(30개사) 1백92조원에서 작년말 18조6천억원
(10개사)으로 격감했다.

2년새 10분의 1이 됐다.

CP(기업어음) 시장을 은행 증권사에 잠식당하고 시장신뢰를 잃은 탓이다.

퇴출이 끊이지 않아 종금사에 돈이 안들어온다.

종금사들이 99회계연도에 9개월동안 2천7백98억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유가증권 투자이익을 제외하면 오히려 적자다.

만약 1~2곳이 더 문 닫으면 수습이 어려워진다.

종금의 불똥이 지방은행 신용금고 신용협동조합 등 다른 금융권으로 튈
가능성도 높다.

<> 발전방안은 무엇을 담았나 =양천식 금감위 제1심의관은 "금융권이 은행
증권 보험 등 3대 축으로 재편되도록 종금사의 자율적인 합병, 전환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대주주에게 각종 유인책을 주어 종금사 간판을 내리는 결단을 유도하겠다는
복안이다.

금감위는 무엇보다 증권사와의 합병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합병시 종금업무(여.수신) 취급기간을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늘려 주고
취급점포도 현재 2~3개에서 5~6개까지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또 종금사끼리 합병해서 증권사로 전환할때도 같은 혜택을 주고 원하면
채권전문 증권회사로 우선 지정해 준다.

은행과도 합병할 수 있다.

이 때도 5년간 종금업무(단기금융)가 가능하다.

필요하다면 일정기간 적기시정조치를 면제하고 공공자금으로 부실채권,
후순위채를 사주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또 종금사가 단독으로 증권사로 전환할 길도 열어 놓았다.

다만 합병을 권장하기 위해 지원조건에선 차별(종금업무 취급기간 3년 등)
을 두기로 했다.

이와 달리 끝까지 종금사로 남겠다는 곳도 생존기반을 마련해 주기로 했다.

이 경우 유가증권 업무를 대폭 허용해 "먹고 살거리"를 제공할 방침이다.

금감위는 지원책으로 <>채권위탁매매(창구판매) <>주식인수(공개주간사)
<>코스닥등록 <>유가증권투자(지방종금사) <>주식형수익증권 취급 및
투신운용사 설립 등을 생각하고 있다.

종금사가 재무건전성 요건을 충족하면 광역시와 각도에 지점설치도 인가해
줄 방침이다.

<> 앞으로 어떻게 되나 =금감위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수렴을 거쳐 3월중
엔 합병추진과 지원책을 확정하고 4월부터 합병을 인가할 계획이다.

일정을 빡빡하게 잡은 것은 대강 종금사들의 진로파악을 끝내 놓고 대주주들
에게 결단을 독촉하는 것으로 보인다.

금감위는 일단 9개사중 외국인이 대주주인 한불.경수종금 외엔 증권사와
합병 또는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세아 중앙종금이 증권사 전환을, 금호종금은 증권사 설립을 모색할 공산이
크다.

동양 한국종금 등은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로 경쟁력을 키우는 방안을
강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오형규 기자 oh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