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1일 오전8시30분 청와대.

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을 비롯한 경제부처장관들은 아침부터 부산하게
움직였다.

코앞으로 다가온 "2.8대우채권 환매"가 금융위기로까지 치닫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갖가지 "비책"을 마련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한데 2시간뒤 은행회관에서는 주가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메가톤급 악재가
터져나왔다.

김유배 청와대 복지노동수석이 "소득분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주식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것.

실업자나 무주택 서민들의 생활안정을 위한 대책을 제시하면서 "자금마련"을
위한 수단으로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거론했다.

주식양도차익과세는 "실현될 경우 종합주가지수 2백포인트는 하락할 것"
(증권회사 관계자)이라고 예상될 정도로 주식시장에는 "극약"이다.

김영삼 정권시절 "신경제5개년 금융개혁"이란 집권플랜에서 1997년부터
주식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한다고 했다가 결국 후퇴하고 말았던 것도 바로
주식시장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이런 예상대로 김 수석의 발언이 전해진 직후 주가는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한때 15포인트나 올랐던 종합주가지수는 15포인트까지 주저앉았다.

주식시장안정책을 마련하던 재정경제부는 깜짝 놀라 "주식양도차익과세를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해명하고 나섰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재경부의 공식부인으로 주식양도차익과세 문제는 일단
해프닝으로 끝났다.

이날 해프닝은 현정부 정책결정의 난맥상을 그대로 드러냈다.

권력의 핵심부인 청와대에서조차 정책이 충분한 사전협의 없이 입안되고
있다는 것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이 무너지든 말든 나만 "한건" 하자는 정부부처들의 한건주의가
아직도 청와대와 관료집단에 뿌리깊게 박혀있음을 보여주었다.

IMF위기라는 이유로 금융소득종합과세를 유예시킨 뒤 재시행에 대해 이렇다
할 실행계획도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양도차익을 논의하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것과 비슷하다.

시퍼런 칼을 갖고 있는 세살짜리 아이가 무서운 것은 그 아이가 그 칼을
어떻게 쓸지 모르기 때문이다.

바로 불확실성이 문제인 것이다.

정부가 할 일은 안개낀 것처럼 불확실한 경제상황을 보다 확실하게 하는
것이다.

난맥상을 보이는 것보다 차라리 가만히 있는게 나을지 모른다.

< 홍찬선 증권부기자 hcs@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