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원"으로 잘 알려진 일본작가 아사다 지로(49)의 작품이 국내에 활발
하게 소개되고 있다.

그의 두번째 소설집 "은빛 비"(문학동네)와 연작 장편소설 "프리즌호텔"
(우리문학사) 시리즈가 잇따라 나왔다.

도쿄에서 태어난 그는 유복하게 자랐으나 집안의 몰락으로 뒷골목 불량소년
이 되고 20대에는 야쿠자 생활까지 했다.

"설국"의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쓴 "몰락한 명문가 아이가 소설가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글에 감명받아 글쟁이로 거듭났다.

"은빛 비"에는 가슴 뭉클한 단편 7편이 실려 있다.

주로 사랑을 통해 영혼의 상처를 치유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남자 주인공들은 세상살이에 서툴고 볼품없는 캐릭터다.

결혼도 못한 중년의 짐꾼, 잘 나가는 디자이너에게 버림받고도 속깊은
연민을 떨치지 못하는 남자 등이 그들이다.

여주인공도 20년 전의 사랑을 잊지 못하거나 자신을 버린 어머니를
미워하면서도 그리워한다.

작가는 별 내세울 것 없는 사람들의 삶에서 감동적인 이야기를 뽑아낸다.

첫머리에 실린 "성야의 초상"은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마흔세살의 시마자키 히사코는 자상한 남편과 친정 어머니를 모시고 살지만
가슴 한 쪽에 20년 전의 사랑을 간직하고 있다.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으면서도 젊은 시절에 이루지 못한 사랑을
아쉬워 하다가 크리스마스 이브날 남편에게 고백한다.

남편은 묵묵히 들어주며 더욱 따뜻한 사랑으로 그녀를 감싸안는다.

그녀도 길거리 화가로 변한 옛 애인으로부터 초상화를 받고 난 뒤 남편의
참사랑을 깨닫게 된다.

짐꾼으로 살아온 남자곁에 달빛과 함께 나타난 여자 이야기를 그린 "달빛
방울", 야쿠자 두목과 젊은 아이의 교감을 담은 표제작 "은빛 비"도 아릿하게
다가온다.

"프리즌 호텔"은 본편과 가을.겨울.봄편으로 한권씩 나뉘어져 있다.

뒷골목 생활에서 얻은 경험이 잘 녹아있는 작품이다.

이야기는 사회에서 배척당한 사람들이 모인 프리즌 호텔(감옥 호텔)에
삐딱한 성격의 소설가가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이곳에 모인 인물들은 현상수배범이나 동반자살을 꾀하는 중소기업 사장
등 한물 간 사람들이다.

작가는 이들의 아픔을 톡톡 튀는 재치와 유머로 하나씩 어루만진다.

< 고두현 기자 kd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