春雪滿空來, 觸處似花開.
춘설만공래 촉처사화개

不知園裡樹, 若個是眞梅.
부지원리수 약개시진매

봄눈이 하늘 가득 내려 /
여기 저기 꽃이 핀듯 /
알 수 없구나 뜨락의 나무 가운데 /
어느 것이 참 매화인지

-----------------------------------------------------------------------

당 동방규가 엮은 춘설이다.

겨울은 봄을 잉태한다.

소한 대한이 지나면 입춘이다.

시냇가 양지바른 곳에는 눈 밑에서도 파릇파릇 풀이 돋고 설중매는 눈
속에서도 꽃을 피운다.

눈이 내리면 나뭇가지에 소복소복 쌓여 설화가 핀다.

그리고 매화는 그 설화와 섞여 어느 것이 설화이고 어느 것이 매화인지
분간하기가 어렵다.

송 왕안석은 그윽히 번져오는 향이 있어 그것이 눈이 아니고 매화인 것을
알 수 있다고 읊기도 했다.

< 이병한 서울대 명예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