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대표들이 주축이 된 국회 선거구 획정위원회가 28일 새벽 지역구수를
26개나 줄인 선거구 획정안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게리맨더링(선거구 편법 조정)이라는 지적을 받던 지역구
가 비교적 합리적으로 조정됐으며 지역구 숫자도 현행보다 10%이상 줄어들게
됐다.

이번 선거구 획정과정에서는 새천년 민주당이 대폭 양보한 반면 한나라당은
실리를 챙긴 것으로 평가된다.

호남지역에서 8곳, 공동여당인 자민련의 안방인 충청에서 4곳이 줄어든 반면
한나라당 텃밭인 영남은 11곳만이 줄었다.

또 여권의 동진정책과 관련, 김중권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출마키로 한 경북
울진지역은 여당이 희망했던 울진.영덕이 아니라 봉화.울진으로 선거구가
결정돼 힘든 싸움을 벌이게 됐다.

노무현 의원이 출마를 선언한 부산 북.강서을도 갑 선거구에서 인구 9만명
정도인 화명.금곡동을 떠안아 부담을 안게 됐다.

반면 한나라당은 정창화 정책위의장의 지역구인 의성을 군위와 합치는
방식으로 살리고 권익현 부총재의 지역구인 산청.함양도 인근 지역구인
거창.합천과 한 지역씩 맞바꿔 지역구 숫자가 줄지 않았다.

여당의 양보로 선거구획정은 끝났지만 여야가 협상과정에서 당내외로
해결해야 할 난제는 한 둘이 아니다.

여야 모두 통.폐합된 지역구를 중심으로 공천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심각해질 전망이다.

특히 총재(서울 송파 3개 선거구 2개로 통합) 사무총장(경남 진주 통합)
정책위의장(경북 의성 폐합) 등 당 지도부의 지역구가 줄어드는 한나라당은
계파간 공천지분 요구까지 얽혀서 심각한 내홍을 겪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호남지역에서도 7~8개 지역구가 줄어드는 새천년 민주당 역시 당내 "대폭
물갈이설"과 맞물려 갈등을 빚을 전망이다.

여야간 선거법협상도 비례대표 의석수 문제등과 관련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여야가 개악 선거법에 대한 비난여론을 의식하고 있고 총선거까지
시일이 촉박하다는 점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선거법 협상을 마무리지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 정태웅 기자 redae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