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제2의 손정의" 감으로 조심스럽게 거론되는 사람이 있다.

30세의 재미교포인 콘래드 윤(한국명 윤민규)이다.

도쿄에 있는 라이브도어닷컴(www.livedoor.com)의 회장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일본내 최초로 무료 인터넷접속서비스(ISP)를 시작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이제 갓 출발한 이 회사에 루슨트테크놀러지가 4천만달러, 뉴브리지가
3천만달러를 투자키로 결정, 자금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재팬텔레콤 MCI월드컴 등 일본의 쟁쟁한 통신서비스 기업들을 파트너로
잡은 점, 다양한 전자상거래 모델을 아웃소싱한 점 등이 높이 평가받은
것이다.

한국 기업들과 손을 잡기 위해 최근 방한한 콘래드 윤은 성공요인을
"기회 포착"으로 잘라 말한다.

그는 하버드대 동양사학과와 시카고대 법대 대학원을 나와 뉴욕의 로펌,
영국의 인터넷 회사에서 일한 적이 있다.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을 꿰뚫게 되자 미국에 지주회사인 라이브도어그룹을
차렸고 이어 일본에 진출한 것.

"세계 구석구석을 여행하면서 비즈니스 기회를 찾는 것이 취미지요. 일본은
인터넷 분야에선 한국보다도 1~2년 뒤져 있지만 앞으로 성장속도는 빨라질 것
으로 판단했어요"

무료 ISP 시장을 선점한 배경에 대한 그의 설명이다.

텔레비디오사의 황규빈 회장도 순간 판단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지난 83년 한국계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회사를 미국 나스닥에 상장시킨
주인공이다.

컴퓨터 터미널 부문 세계 1위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83년 무렵 18달러50센트
에 시작한 주가가 1백60달러까지 뛰었다.

단번에 12억달러의 자산가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황 회장은 주식을 처분하지 못했다.

"주식을 너무 몰랐지요. 주변에 한국계 공인회계사나 투자자문가가 없을
때였으니까요"

그의 말이다.

현재는 주가가 2~3달러 수준이다.

주식을 고스란히 갖고 있다보니 황 회장 지분이 아직 62%나 된다.

그런 황 회장도 이달에는 대박을 터뜨렸다.

1백만달러를 투자한 전자상거래 업체 마이사이먼닷컴이 C넷에 7억달러에
팔리면서 35배인 3천5백만달러를 단숨에 움켜쥐게 된 것.

황 회장은 요즘 이스탑 등 한국 벤처기업들에 투자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

반면 이종문 암벡스 회장의 경우 몇 건의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마이사이먼에 대한 자사 실무진의 강력한 투자 추천을 뿌리쳤고 최근 돌풍을
일으키는 한국 테크노필사의 간절한 투자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순간의 판단과 기회 포착 여부가 "황금이냐 돌이냐"를 가름하는 벤처의
세계.

황금을 거머쥐기 위해선 사업을 보는 냉철한 분석력과 사람을 보는 직관력
(intuition)을 겸비해야 한다고 이들 성공 벤처인들은 조언한다.

< 문병환 기자 moo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