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불법 외환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감시체제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올 연말로 예정된 제2단계 외환자유화 조치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자본거래를 포함, 사실상 모든 외환거래가 자유화되는 2단계 외환자유화
조치가 단행되면 환투기와 불법 외화유출이 극성을 부릴 가능성이 있다는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에 대비해 재정경제부는 올 하반기중 국제금융 거래정보를 종합 감시하는
"금융정보기구"(FIU)를 총리실이나 재경부 산하에 설치할 계획이다.

관세청은 이에앞서 지난 3일부터 세관 통관자료과 외교통상부의 여권발급
자료 등 10여개 기관의 정보망을 연결하는 "정보분석 시스템"을 가동하고
외환도피나 밀수거래 색출에 나섰다.

국세청도 최근 한국은행과는 별도로 외환전산관리시스템을 구축해 시험운영
에 들어갔다.

외화가 들락거리는 길목마다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는 셈이다.

<> 허술한 기존 감시망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제1단계 외환자유화를 시행
한 지난해 불법 외환거래 적발실적은 모두 1백74건, 9천39억원에 달했다.

전년 같은기간(9백90억원)보다 9배 가까이 늘어난 액수다.

반면 정부의 대외금융거래 관리는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다.

정보가 여러 기관에 분산돼 있어 유기적인 감시 및 조사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다.

한국은행의 외환전산망은 외환수급동향을 모니터링 하는데에만 초점을 맞춰
불법 외환거래와 자금세탁을 감시하는데에는 한계를 갖고 있다.

관세청의 정보분석시스템과 국세청의 전산시스템도 각각 무역거래를 가장한
관세포탈과 세금탈루를 추적하기 위한 것이다.

해당기관 관할업무 이외의 거래를 수반하는 불법 외환거래에 대해선 손을
대기 어려운 실정이다.

<> 정부 대책 =FIU는 대외 금융거래 감시의 헤드쿼터(본부) 역할을 맡게
된다.

국내 금융회사 및 정부기관으로부터 모든 국제금융 거래정보를 수집, 분석한
뒤 거래의 불법성이 포착되면 수사권을 가진 검찰, 국세청, 관세청에 조사를
의뢰하게 된다.

수출을 가장해 외화를 빼돌린 경우 관세청이, 외환거래를 통한 세금포탈은
국세청이 담당한다.

또 범죄자금 이동 등은 검찰과 경찰에서 맡는다.

정부는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관련규정도 손질할 방침이다.

여기엔 일정규모 이상의 외환거래가 발생하는 경우 금융회사가 FIU에
보고토록 의무화하고 대외금융거래 관련기록을 5년간 보존토록 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정부는 49개국에 설치돼 있는 각국 금융정보기구와 정보를 교환해 금융범죄
를 막기 위한 국제적인 공조체제를 유지한다는 복안도 세워 놓고 있다.

< 유병연 기자 yooby@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