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지원정책을 둘러싸고 정부 부처끼리 헤게모니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산업자원부(중소기업청 포함)와 정보통신부가 숫자부풀리기, 정책 베끼기
경쟁에 나선 양상이다.

이날 행사에서 김영호 산업자원부장관은 김 대통령에게 오는 4월까지 미국
실리콘밸리에 한국벤처지원센터를 설치하겠다고 보고했다.

이에 응수라도 하듯 남궁석 정보통신부장관은 그동안 유명무실하던 종합
벤처지원센터를 확충하겠다고 나섰다.

또 산자부가 벤처기업의 나스닥상장을 위해 2005년까지 세계적인 일류
벤처 1백개를 키운다고 하자 정통부는 기간을 줄이고 숫자를 늘려 2002년
까지 1백50여개 소프트웨어 콘텐츠기업을 세계시장에 진출시키겠다고 밝혔다.

한술 더떠 산자부가 벤처기업 투자재원을 민관공동으로 1조원을 조성한다고
하자 정통부는 현재 2천억원 규모의 정보통신전문투자조합 재원을 7천억원
으로 늘리겠다고 맞섰다.

경쟁적 숫자 부풀리기에 정책도 붕어빵 찍듯 서로 베꼈다는 진단이다.

벤처업계의 한 관계자는 "실리콘벨리에 가면 종합벤처지원센터도 있고
한국벤처지원센터도 생기게 된다. 실리콘 밸리에 두개의 한국정부가 존재
하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숫자는 상대방 부처의 숫자를 보고 경쟁적으로 더 늘렸다는 관측이다.

누가 누구 아이디어를 먼저 베꼈는지 가늠하기도 힘들다.

여기서만 그치는게 아니고 정작 이날 행사의 빅이벤트인 서울벤처밸리
명명식이 끝내는 유산되고 말았다.

서울벤처밸리 명명식은 최근 벤처기업의 새로운 메카로 떠오른 테헤란밸리
를 우리 이미지에 맞게 테헤란이란 말을 빼고 서울이란 고유명사를 붙이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서울벤처밸리를 주장한 산업자원부에 맞서 정보통신부는 IT 냄새가
풀풀 나게 디지털밸리로 부르자고 맞섰다.

새로 떠오른 밴처기업메카를 자기네 관할에 두겠다는 양부처의 밥그릇싸움은
치열해졌다.

결국 산자부가 공식 보도자료까지 내고 부랴부랴 행사를 취소한다는 정정
자료를 뿌리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신벤처메카 테헤란밸리는 누가 명명한 것도 아니고 테헤란로 주변에 많이
몰려 있다고 해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이름이다.

"이름이 우리와 관계가 없어 국제마케팅하기에 적절치 않다면 그냥 업계의
의견을 받아서 대통령이 명명식이란 행사정도해 주면 되는 것아니냐"는게
벤처업계의 지적이다.

< 안상욱 기자 sangwoo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