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성 < 파이언소프트 사장 sslee@pionsoft.com >

최근 모 대학 창업지원센터의 초청으로 입주 기업들에 마케팅 전략을 강연한
적이 있었다.

참석한 기업들의 사업내용을 살펴보니 혁신적인 아이템이나 기술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아마 다른 대학의 창업지원센터에 입주해 있는 기업들 대부분도 마찬가지
상황이 아닌가 싶다.

과연 정부나 대학의 지원을 받고 있는 창업기업중 몇 %나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5%만 성공해도 큰 성과다.

하지만 95%의 사회적 손실을 최소화해보자는 입장에서 창업 단계에 있는
기업들에 두 가지 조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아이디어나 기술이 있다고 무조건 창업전선에 뛰어드는 일은 몹시
위험하다고 말하고 싶다.

기업이 생존하려면 먼저 대상 소비자가 있어야 한다.

소비자들이 선택해 주지 않는 아이디어나 기술은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아이디어나 기술을 어떻게 구현해볼 것인가를 결정하기
이전에 대상 소비자나 시장에 대해 면밀한 조사와 분석을 해야 한다.

소비자와 시장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은 창업단계에서 부닥칠 수 있는
시행착오나 실패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둘째 기존의 경쟁자들과는 완전히 다른 것을 하거나 전혀 새로운 것을 시도
하라고 충고하고 싶다.

대부분의 창업 기업들이 경쟁자들보다 "더 좋은, 더 많은" 기능을 가진 제품
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을 사업목표로 삼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는 벤처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대기업이나 할 수 있는 일이다.

확고한 브랜드와 넓은 유통망을 이미 갖춘 대기업만이 "더 좋은" 제품을
성공시킬 수 있다.

자본력이나 홍보력이 미약한 벤처기업은 이런 방법으론 성공하기 어렵다.

벤처기업으로 큰 성공을 거두려면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제품이나 서비스
를 개발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지 않으면 안된다.

벤처기업은 출발이 좋아야 한다.

소비자 중심의 사고, 새로운 시장창출 능력을 갖추고 시작할 때만 벤처가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