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실컷 울고 나서 맛보는 감정의 카타르시스는 신파극의 묘미다.

문화방송이 오는 27일~2월5일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선보이는 신파극
"아버님 전상서"(연출 문석봉)는 장.노년층 관객들의 향수와 정서를 한껏
자극한다.

효와 사랑을 테마로 삼았던 "불효자는 웁니다" "며느리 설움" 등에 이은
세번째 신파극 무대다.

이번 작품은 중.장년층의 옛 정서에 현대적 무대 메커니즘을 가미한게
특징.

월남전 장면 탄광폭파 장면 등 효과음과 무대장치를 통해 초반부터 펼쳐지는
스펙터클한 무대로 실버(Silver) 뮤지컬이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다.

격동의 시절 사랑을 쫓아 가족을 버리고 간 한 남자가 기구한 생을 살다
비참한 죽음을 맞기까지의 한 많은 인생사가 줄거리.

월남에서 돌아온 만재는 어머니의 강권에 못이겨 결혼약속까지 한 옥녀
대신 마을 지주의 딸인 순덕과 결혼한다.

순덕은 어릴적 열병을 앓아 말을 잃어버린 벙어리.

만재는 결혼 후에도 옥녀를 잊지 못해 재산을 몽땅 챙겨 그녀와 야반도주를
한다.

홀로 남은 순덕은 딸 금자를 키우며 시어머니와 힘겹게 살아간다.

세월은 흐르고 인생은 돌고 도는 법.

결국 만재는 사기도박으로 전재산을 날린데다 살인누명까지 쓰고 검사가
된 딸 금자에게 잡히는데...

이덕화가 만재 역을 맡아 청년시절부터 탄광폭파사고 이후 일그러진 얼굴로
고뇌하는 아버지의 모습까지 폭넓은 연기를 보여 준다.

난생 처음 연극무대에 서는 가수 심수봉은 벙어리 순덕으로 출연해 애절한
심정을 노래로 대신하고 오정해는 딸 금자 역을 맡았다.

특히 오씨는 친아버지를 여읜지 얼마되지 않아 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감정
을 표현하는 극 분위기에 이미 흠뻑 젖어 있다.

드라마 "아들과 딸" "마당깊은 집" 등에서 옛시절의 정서를 실감나게 글로
담아 냈던 작가 박진숙이 대본을 썼다.

(02)789-3729

< 김형호 기자 chsa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