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발표된 금년도 경제정책방향은 새 경제팀의 정책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첫번째 기회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그 내용을 살펴보면 전임 경제팀의 정책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6%의 경제성장, 3%이내의 물가안정, 120억달러의 경상수지 흑자, 4%의
실업률 달성을 주내용으로 하는 거시지표도 그렇고 미시적인 정책수단도
그렇다.

사람만 바뀌면 정책이 달라지던 과거의 구태를 답습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도 가능하다.

그러나 선거철을 앞둔 시점에서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교란요인을 애써
외면하고 낙관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든다.

우리 경제에는 과열을 우려할 정도의 빠른 회복세를 보인 지난해 하반기
부터 많은 교란요인이 잠복해 왔다.

실물경제의 회복에 따라 금리 원화가치 등 주요가격 변수의 상승압력이
나타나자 정부는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수단을 강구하기 보다는 개입을
통한 인위적인 안정에 주력했다.

금리상승 압력에는 30조원의 채권시장안정기금과 단기금리 인상억제로
대응했고 원화가치 상승압력에는 시장개입으로 대응했다.

그 결과 장단기 금리격차가 확대되고 채권시장이 자생력을 상실하는 등
금리 움직임이 심하게 왜곡돼 있다.

또한 외환시장에서도 정부개입에도 불구하고 급격한 외국자금 유입에 따른
과도한 원화가치 상승압력이 초래됐다.

이런 가운데 원유가 상승, 임금상승, 선심성 지출확대로 물가불안 우려는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볼 때 3대 가격변수인 금리, 원화가치, 물가 모두가 상승압력을
받고 있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그러나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을 보면 이런 상황을 충분히 감안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오히려 복지지출을 늘리고 인위적인 저금리 정책을 통해 총수요를 부양하는
정책을 쓰면서도 향후 3년간 저금리-저물가 유지가 가능하다는 낙관론으로
일관하고 있다.

저금리-저물가 체제는 인위적인 개입이 아닌 가격변수의 자율조정 기능회복
을 통해서만 정착이 가능하다.

아울러 물가안정도 통화신용 정책의 안정적인 운영과 함께 선심성 지출을
줄이려는 정책의지를 보일 때나 가능한 일이다.

< 최경환 논설.전문위원 kghwchoi@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