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사위는 13일 김정길 법무부장관을 출석시킨 가운데 전체회의를
열고 경실련 등 시민단체가 불법적으로 공천 부적격자를 공개했으나 검찰이
신속하게 법 집행을 하지 않고 있다며 집중 질타했다.

일각에서는 그러나 정치권의 비민주성으로 인해 이같은 일이 일어났다는
자성론과 함께 선거법 등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 장관은 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이 나오면 법집행을 하겠다는 유보적
입장을 보이다 의원들의 추궁이 계속되자 일반 불법선거사범과 같은 기준에
따라 엄정히 법을 집행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김 장관은 답변을 통해 "시민단체는 표현의 자유를 향유할 수 있지만 이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안에서 가능하다"며 "법을 어길 경우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행법에 따르면 당선 및 낙선운동은 후보 등록일부터 가능하다"며
"경실련이 아무리 훌륭한 목적을 갖고 있더라도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말해 의법조치를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특히 "검찰이 시민단체 활동의 위법성에 대해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며 "검토 결과 선거법 위반으로 인정될 경우 공정성 객관성 문제를 포함해
엄정히 다루겠다"고 강조했다.

또 상대 후보가 경실련이 공개한 부정자료를 이용해 상대방을 비난하면
선거법에 저촉되는 만큼 이에 대해서도 철저히 단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은 "경실련은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명단을
언론에 일방적으로 공개했다"며 "공청회와 토론회 등을 통해 합리적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것은 경솔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국민회의 조찬형 의원도 "의원들이 양심과 소신에 따라 입법활동을 한 것을
비난하는 것은 입법권에 대한 도전"이라며 "시민단체의 행동은 선거법 위반일
뿐만 아니라 명예훼손에도 해당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회의 조순형 의원은 "문제가 있다고는 하지만 국민의 대다수가
시민단체의 행동을 지지하는 것을 보면 정치권이 공천 등에서 비민주적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라며 자성하는 태도를 보였다.

또 국민회의 박찬주 의원은 "노동조합의 정치활동은 허용하고 시민단체만
금지하는 것은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며 관련 법규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법사위는 경실련이 변호사법을 개악했다며 법사위원 대부분을 공천
부적격자로 발표한 것과 관련, 해명자료를 경실련에 발송하기로 했다.

< 김남국 기자 nk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