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점유율 40%.

지난해 한국영화의 성적표다.

1993년 15.3%로 바닥을 친 뒤 6년만에 거둬들인 열매다.

자국영화가 상대적으로 힘을 발휘하는 나라에서도 넘보지 못할 수준이다.

한국영화는 올해말에도 이같이 좋은 성적표를 받을수 있을까.

새천년의 첫해를 맞이한 한국영화계의 관심은 여기에 쏠려 있다.

40%란 수치가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한국영화의 진짜 실력을 확인하고 21세기 무한 도약을 위한 에너지를
쌓을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전망은 밝은 편이다.

제반여건이 한국영화쪽에 희망의 빛을 던지고 있다.

우선 인적자원의 뒷받침이 탄탄해지고 있다.

영상문화에 익숙한 젊은 감독들의 영화만들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두터운 관객층을 형성하는 영상세대의 감성을 흔들 "대박" 영화가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는 뜻이다.

지난해 흥행에 성공한 한국영화의 대부분이 20, 30대 기수들의 작품이란
점이 이를 보여준다.

영화를 만드는 쪽과 보는 쪽 모두에서 한국영화시장의 덩치를 불릴 여건이
여물고 있는 것이다.

흥행의 최우선 요소로 꼽히는 배급부문도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강우석 감독의 시네마서비스는 이미 지역메이저로서 할리우드 직배사와
어깨를 겨루고 있다.

제일제당은 멀티플렉스 극장사업에 2천5백억원을 투자, 2004년까지
2백여개의 스크린망을 갖춘다는 구상이다.

동양제과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1백개관 이상의 영화관 체인망을 3년내
구축할 계획이다.

롯데도 극장사업에 새로 힘을 쏟고 있어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영화가 보다 많은 스크린에 펼쳐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

영화제작이 활성화될 것이란 점도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이는 통합방송법 시행과 맞물려 있다.

다채널 시대의 가장 유망한 콘텐츠로 영화가 꼽히는 만큼 방송과 연계한
저예산 소형영화의 제작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한국영화의 뿌리가 튼튼해질 것이란 의미다.

여기엔 큰 제작비를 들이지 않고도 찍을수 있는 디지털 영화의 부상이
예고되어 있다.

임상수 감독의 "눈물", 전주영화제의 "디지털 삼인삼색" 등이 이러한
시대흐름에 앞선 의미있는 시도로 주목된다.

1인1극장 시대를 열고 있는 인터넷 영화시장의 활기 역시 영화제작 및
관객저변 확충에 기여할 전망이다.

영화제작 자본의 새로운 유입도 빼놓을수 없다.

대기업들의 영화사업에 대한 투자와 더불어 금융자본과 영화인자본이 결합된
투자조합의 결성도 이어지는 추세다.

영화진흥위원회 김혜준 영화정책연구실장은 "각각의 요소들이 이상적으로
결합함으로써 한국영화발전에 승수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걸림돌도 있다.

미국측의 스크린쿼터 폐지압력이 가장 큰 복병이다.

미국측의 공세는 올해 더욱 거칠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스크린쿼터란 울타리가 걷히면 한국영화의 기반 자체가 무너질수 있다.

또 일본문화시장 개방에 따라 개봉 대기중인 일본영화도 한국영화의 앞길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변수다.

< 김재일 기자 kji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