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사설] (6일자) 지하철 및 LG전자 노조의 사례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새해 벽두부터 노사문제에서 반가운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설립 이후 10여년간 강성 일변도이던 서울지하철공사의 노조가 무파업
    선언을 하는 등 온건 노선으로 돌아섰고 LG전자의 노사도 임협 및 단협에서
    대기업으로는 올 처음으로 원만하고 산뜻하게 합의를 이뤄냈다.

    재계는 물론 정부도 지난 연말 때아닌 장기 동투를 벌였던 노동계가 올해
    총선을 앞두고 더욱 과격한 투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불안감에 젖어있던
    터라 노사갈등이 경제의 발목을 잡을지 모른다는 걱정이 상당히 누그러지는
    느낌이다.

    서울지하철 노조는 최근 1천6백여명 감원, 근무형태의 강화, 임금인상 등을
    내용으로 하는 구조조정 및 임단협 안에 잠정 합의하고 시민의 편의를 위해
    지하철 운행시간을 연장하자는 제안까지 내놓았다.

    과거 강경투쟁을 주도해온 노조위원장은 "극한 투쟁으로는 목적을 이루지도
    못하고 시민들로부터 왕따만 당한다"며 "파업을 전제로 한 기존의 "벼랑 끝
    협상"을 지양하고 성실교섭의 원칙으로 모든 문제를 풀어가겠다"고 무파업을
    선언했다.

    아직껏 무시하기 힘든 내부 반발을 무릅쓰고 합리적 결단을 내린 용기와
    지혜에 박수를 보낸다.

    임단협을 순조롭게 체결한 LG전자의 노조위원장도 "세계 1등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노조의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근로조건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서 조기 타결에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둘 다 대립을 버리고 상생을 택함으로써 노사가 모두 이긴 윈윈 게임으로,
    건전한 노사문화의 정착과 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아주 바람직한 변화
    라고 아니할 수 없다.

    다른 기업의 노사에도 타산지석이 됨으로써 투쟁과 반목 등 적대적이고
    살벌한 일들이 영원히 사라지기를 기대한다.

    이런 바람직한 현상이 널리 퍼져나가려면 노동운동과 관련된 제도의 정비,
    사용자의 노력, 노조원과 시민들의 의식변화가 계속 뒤따라야 할 것이다.

    노사관계가 정치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현안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정부는 공정한 심판의 역할에 더욱 충실함으로써 노사관계의 긍정적 변화가
    널리 확산되도록 해야 한다.

    사측의 잘못을 엄하게 다스리는 것은 물론 급한 불을 끄겠다는 단기 실적에
    연연해 사용자에게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 일을 되풀이
    해서는 안 된다.

    사용자도 노조의 합리적인 요구는 적극 수용하고 이것이 어려울 경우 그
    사유를 충분히 설명해 노조를 납득시키는데 더욱 힘써야 한다.

    노동계는 합리적이고 온건한 노동운동이 기업의욕을 부추김으로써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되새겨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6일자 ).

    ADVERTISEMENT

    1. 1

      [한경 에세이] 안 좋은 소식을 먼저 듣고 싶다

      11년째 구청장으로 일하며 자연스럽게 알게 된 조직의 한 가지 특징이 있다. 일이 잘 풀릴 때는 보고가 끊이지 않는다. 담당자도, 팀장도, 과장도, 국장도 같은 내용을 각자의 언어로 전한다. 그 덕분에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금세 감이 온다.그런데 일이 꼬이기 시작하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조용해진다. 현장에서는 이미 여러 작은 신호가 있었을 텐데 그 이야기는 좀처럼 윗선까지 올라오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그 ‘조용함’을 그냥 지나치지 않으려고 한다. 한 번 더 살피고, 한 번 더 묻는 것. 그게 윗사람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직원들에게 자주 이렇게 말한다. “잘되는 일은 천천히 알려줘도 괜찮다. 안 되는 일일수록 최대한 빨리 말해 달라.”해결책이 없어도 상관없다. 오히려 그럴수록 더 좋다. 본인 눈에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 문제라도 다른 사람이 함께 보면 생각지 못한 선택지가 생기기도 한다. 무엇보다 시간이 지나 보고가 늦어질수록 문제는 커지고, 해결의 여지는 점점 줄어든다.몇 년 전 있었던 일이다. 처음에는 비교적 단순한 사안이었다. 초기에 공유됐다면 충분히 조정할 수 있었을 문제였다. 하지만 ‘조금만 더 지켜보자’는 판단이 몇 번 이어지면서 보고는 미뤄졌고, 그사이 오해가 쌓이고 감정이 겹겹이 얽혔다. 내가 상황을 알게 됐을 때는 이미 이른바 ‘총체적 난국’에 이르러 있었다. 그때 가장 먼저 든 감정은 화도, 책임을 묻고 싶은 마음도 아니었다. ‘조금만 더 일찍 말해줬다면 어땠을까.’ 그 아쉬움이 가장 컸다.곧바로 관련 부서를 모두 모아 머리를 맞댔다. 역할을 나누고,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여러 방향에서 해법을

    2. 2

      [다산칼럼] 고환율 둘러싼 오해와 진실

      요즘 환율에 대한 불안감이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원·달러 환율이 2000원에 근접했던 상황을 회상하며 한국 경제에 큰 위기가 오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구제 금융을 받은 1997년과 달리 지금은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외화보유액 규모도 훨씬 크고, 순대외금융자산도 충분하니 그때처럼 급박한 위기가 올 가능성은 작다.외환거래는 대체로 무역, 증권·채권 투자, 직접투자에 의해 발생한다. 외환거래를 통해 미국 달러가 순유출되면 환율이 높아지고, 순유입되면 환율이 낮아지는 것이 원·달러 외환시장의 단순한 수요 공급 원칙이다. 무역에서 한국은 지난 10년간 흑자를 기록했고, 작년과 올해는 흑자액이 역대급이다. 특히 2022년부터 한·미 간 거래에서 큰 흑자를 내며 달러화가 대규모 순유입됐다. 그러니 무역이 최근의 높은 원·달러 환율의 경로가 아님은 분명하다.증권의 경우 2025년 3분기 말 잔액 기준으로 한국인이 외국에 투자한 액수가 외국인이 한국에 투자한 액수에 비해 2160억달러(한국은행 외화보유액의 절반 정도) 정도 많아 달러 순유출이 발생했다.이는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했는데, 이런 불균형의 대부분은 한·미 간 거래에서 발생했다. 개인과 국민연금의 미국 증시 투자를 원화 약세 원인으로 지목할 수 있는 이유다. 그렇다고 해서 개인과 국민연금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 경제 주체가 높은 수익률을 따라 투자하는 것은 오히려 칭찬할 만한 일이다.증권과 반대로 채권의 경우 외국인이 매입한 한국 채권 액수가 한국인이 매입한 외국 채권 액수보다 2025년 3분기 말 잔액 기준으로 1410억달러 정도 많다.

    3. 3

      [데스크칼럼] 정부가 보여준 노란봉투법의 민낯

      고대 로마시대 때 얘기다. 당시 석조 건축의 백미는 반원 모양의 아치형 다리였다. 수직 기둥에 상판을 그대로 얹는 직선형 다리보다 내구성이 좋았다. 벽돌을 아치 형태로 맞물려 쌓아 상판의 하중을 분산시킨 덕분이다. 대형 교량 건설에 적용할 수 있어 로마제국 영토 확장에 큰 도움이 됐다. 목숨을 건 설계자들하지만 공사 막바지에 커다란 위험에 직면한다는 게 문제가 됐다. 아치 형태로 쌓아 올린 벽돌 자체 힘만으로 버틸 수 없어 다리 곳곳에 임시로 고정한 가설물을 빼는 시점이다. 이때 다리 설계자는 이유를 불문하고 아치 밑에 서야 한다. 이른바 ‘진실의 순간’에 설계가 잘못됐거나 벽돌이 부실했다면 다리는 무너지고 설계자는 즉사한다. 설계자가 아치 밑에 서기를 거부한다면 그 다리에 결함이 있음을 자백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자신의 설계가 옳다는 점을 목숨 걸고 증명한 것이다.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낙하산 포장병도 같은 처지였다. 그들은 낙하산을 공수부대로 보내기 전 직접 포장한 낙하산 중 하나를 택해 비행기 밖으로 몸을 던졌다. 로마시대 다리 설계자처럼 낙하산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자신의 생명을 걸고 입증했다. 동료의 목숨이 내 손에 달려 있다는 엄중한 책임감 때문에 가능한 행동이었다. ‘블랙 스완’ 이론으로 유명한 나심 탈레브는 이런 용단을 ‘스킨 인 더 게임’으로 묘사했다. 피부를 게임에 걸 정도로 자신의 결정과 행동으로 빚어진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얘기다.탈레브 관점에서 본다면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을 대하는 우리 정부의 태도는 어떤가. 그동안 기업인들은 정부가 노란봉투법의 불확실성을 줄일 ‘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