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에서 창업에 성공해 "나스닥"이라는 명예의 전당에 올라온 기업들
뒤에는 으레 그 회사 지분의 절반 이상을 가지고있는 벤처캐피탈(VC)이 있다.

미국의 VC는 지난 1998년의 경우 인터넷관련 28개사의 상장으로 13억달러를
벌어들였다.

또 VC들이 기업매각을 통해 투자를 회수하는 방법을 채택하면서 M&A 규모도
급증하고 있다.

이 덕분에 최근 미국 하이테크 벤처캐피털회사들의 투자수익률은 30~40%에
달한다.

기관투자자들이 벤처캐피털에 위탁하는 자금 규모는 지난 1993년 25억달러
였으나 96년에 그 두배가 넘는 52억달러로 늘었다.

기관투자가들의 입장에서는 VC에 맡기는 것이 부동산 은행보다 수익률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에 있는 VC들이 쉽게 투자해 돈을 벌어들이는 것은
아니다.

잘못된 투자로 수천만달러를 날리기도 하고 투자기업을 찾지 못해 돈을
묶어 두는 경우도 허다하다.

미국 전역에 3만개의 벤처캐피털을 회원으로 가진 벤처-원(Venture-one)이
지난해말 세너제이에서 연 투자박람회는 벤처캐피털이 투자대상 기업을
찾는데 얼마나 목말라 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 주었다.

이 투자박람회에는 벤처-원이 선정한 60개 업체가 참여해 투자자들의
자금을 유치했다.

그러나 이 박람회에 참석한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2천달러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 줄을 서서 투자대상 기업과 상담해야 했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현상중 하나는 이곳을 무대로
하는 외국 벤처자본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곳에 진출한 대만 벤처기업단체인 Monte Jade Science and Technology
(옥산과기협회) 관계자는 대만이 그동안 실리콘밸리에 투자한 액수가 20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최근 3년간은 매년 3억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실리콘밸리에는 대만계 기업 또는 중국계 미국인이 소유하고 있는
기업이 5백여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돼 이곳에서도 중국계가 큰 위력을 발휘
하고 있다.

일본 역시 벤처캐피털 회사인 JAFCO를 비롯해 대기업과 종합상사들이 굵직한
투자사업을 벌이고 있다.

1998년에는 NTT가 이곳에 있는 인터넷 서비스회사에 1억달러를 투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스라엘과 유럽 자본들도 벤처기금을 설립해 실리콘밸리에 진출하는 자국
벤처기업에 투자하려는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계 기업들이 이곳에서 선전하고 있는 것이 본국의 벤처캐피털에
크게 힘입었음은 물론이다.

"미국인이 아닌 사람중 실리콘밸리에서 창업을 하는 사람의 5%는 한국
출신이다. 그러나 아직 한국기업이 만든 벤처자본은 실리콘밸리에서 찾아
보기 어렵다"

샌타클래라에서 인터넷 벤처기업 킬러비즈(killerbiz.com)를 경영하고 있는
이계복 사장의 말이다.

< 김태완 기자 tw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