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가 유난히 많은 실리콘밸리.

그곳에서도 제임스 클라크는 특별한 주목을 받는 사람이다.

스탠퍼드 공과대학 교수 출신인 그가 학교를 나와 창업한 실리콘 그래픽스
와 넷스케이프가 모두 "대박"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994년 당시 22세의 일리노이 공대생이었던 마크 안드리센의
아이디어를 사업화해 넷스케이프를 설립한 얘기는 지금도 실리콘밸리 최고의
신화로 남아 있다.

그런 그가 요즘에는 의료분야 사업으로 눈을 돌려 최근 스탠퍼드대학에
바이오테크놀러지센터를 설립하자며 무려 1억5천만달러를 내놓았다.

"21세기에는 실리콘보다 바이오테크놀러지가 훨씬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
이라는 말과 함께였다.

제임스 클라크만이 아니다.

정보통신주에만 몰두하던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탈들도 점차 바이오산업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바이오산업만을 대상으로 하는 벤처 자본까지 생겨나고 있을 정도다.

실리콘밸리에서 "바이오의 아버지"로 통하는 알렉산드로 자파로니도 화제의
인물이다.

그는 지금까지 11개의 제약회사를 만들어 이중 6개를 고가에 팔아 수십억
달러를 번 인물.

그런 그가 지난해 6월 자신이 설립한 알자(ALZA)라는 회사를 73억달러에
팔아 넘겨 또다시 거액을 챙겼다.

이 회사는 당시 주식가치에 비해 45%나 더 비싼 값에 팔렸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최근 이곳의 신문에는 바이오시장 관련기사가
연일 한귀퉁이를 장식하고 있다.

바이오가 정보통신 못지않은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실리콘밸리에 투입되는 벤처투자자금을 보면 바이오테크놀로지
분야에 투자되는 비중은 7%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미국 전체 벤처투자의 바이오테크놀로지 비중 10%보다 낮은 수준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인터넷과 관련된 투자가 무려 50%에 육박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요즘들어 바이오란 단어가 벤처투자자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횟수는
인터넷 못지 않다.

시장의 잠재력 측면에서는 정보통신 못지않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
이다.

"실리콘밸리의 벤처 자본은 연간 최소 1억달러이상의 시장전망이 담보되지
않으면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그런데 최근 벤처캐피털의 관심이 대거
바이오산업으로 쏠리고 있다. 폭발적인 성장세를 타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실리콘밸리 컨설팅기업 SRI의 박철호 컨설턴트가 전하는 말이다.

현재 전문가들은 바이오시장이 전체 시장의 5%도 제대로 개발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게놈프로젝트가 끝나는 오는 2002년 이후부터는 제약과 진단 부문에서
신상품이 폭발적으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만큼 시장의 잠재력이 크다는 얘기다.

또 한번 상품이 개발되면 수년간 세계시장을 상대로 독점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도 큰 매력이다.

실리콘밸리에 나와 있는 삼성종합기술원 지사 송승구 차장도 "최근들어
실리콘밸리 현지 언론에서 바이오테크놀로지 분야의 M&A(기업인수합병)
기사와 전문인력 구인광고가 부쩍 늘었다"며 "앞으로 이곳에서 바이오산업에
대한 투자가 정보통신분야 못지 않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21세기의 실리콘밸리는 바이오산업을 발판으로 또다시 도약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 실리콘밸리=김태완 특파원 tw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