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에서 만난 캐시 카스틸로 스탠퍼드 대학 대외협력 실장은 지금
미국 전역에 불고 있는 테크노밸리 열풍을 이 한마디로 표현했다.
카스틸로 실장은 "각 주마다 실리콘밸리를 모델로 한 첨단산업 단지 조성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한 각지의 테크노밸리들이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의
기폭제 역할을 하면서 지역경제를 이끌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말 조지아주가 주 전체를 첨단단지로 바꾸겠다고 선언한 것을 비롯
덴버 시카고 등 대도시들도 지역내에 테크노밸리를 조성하겠다는 비전을
내놓고 세계 각국의 기업들을 대상으로한 유치전에 나섰다.
현재 미국에서 테크노밸리로 불리고 있는 곳은 실리콘밸리를 포함해 14~
15곳.
실리콘밸리나 루트128처럼 컴퓨터나 소프트웨어 분야 관련기업들이 자생적
으로 밀집해 만들어진 곳이 많지만 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경우도 적지 않다.
이들 테크노밸리에서는 또 대부분 지역 대학이 기술개발의 거점으로서
기업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미국 서부 꼭대기에 있는 시애틀은 세계 최고의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전자상거래 비즈니스의 기수인 아마존 닷 컴 본사가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곳에는 지난해 상반기동안에만 4억5천8백만달러의 벤처자금이 투입됐다.
이 액수는 전미 벤처자금의 5% 가까운 수준이다.
"MS에서 분가한 사람들이 잇따라 창업에 나서면서 소프트웨어 전자상거래
비즈니스가 폭발하고 있다"고 실리콘밸리의 컨설팅 회사 SRIC의 박철호
컨설턴트는 말한다.
샌프란시스코 남쪽에 있는 소마에서도 새로운 인터넷 회사들의 창업이
이어지고 있다.
인근 실리콘밸리에 있는 벤처자본이 광고회사 콘텐츠회사 등에 투자하면서
새로운 단지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전통적 부촌인 텍사스주 댈러스는 과거 국방산업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전자계산기, 말하는 장난감, 비행기예약 시스템, 인터넷방송 등의
비즈니스들이 모두 이곳에서 처음 시작됐다.
지금은 반도체 통신 분야 회사가 몰려 있는 첨단산업단지가 됐다.
역시 텍사스주의 오스틴에는 반도체 통신 컴퓨터서비스 오락소프트웨어
등의 산업단지가 그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이곳에서는 지난 1970년대 IBM 모토로라 트레이서 등이 입주하면서 하이테크
붐을 일으켰다.
특히 정부 기업 대학이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갖추기 시작하면서 급성장을
거듭해 지금은 첨단산업기지로 변모했다.
소프트웨어 관련 회사만 4백여개가 포진하고 있다.
과거 군항이었던 샌디에이고는 국방기술 관련 과학자와 엔지니어 등 고급
인력이 풍부한 곳이다.
지금은 이 인력이 소프트웨어와 통신업체를 이끌고 있다.
이곳에는 세계 최대 통신업체 가운데 하나인 퀄컴사가 있다.
시와 대학이 앞장서 기업을 유치하고 지역경제 발전에 나선 대표적인
사례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에는 워싱턴DC 인근지역과 뉴욕의 실리콘앨리가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워싱턴DC 북버지니아는 최근 아메리칸온라인(AOL) 본사가 새로 들어오면서
첨단단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곳은 수도권에 위치해 중앙정부와의 교류가 쉽고 우수인력 확보가 용이해
하이테크 기업들에 더없이 좋은 비즈니스 환경을 제공해주고 있다.
뉴욕의 실리콘앨리지역에는 맨해튼 다운타운가의 인터넷관련 기업들이
밀집해 있다.
이곳은 인터넷 콘텐츠, 광고, 전자출판 등 미디어관련 산업이 급팽창하면서
지난해 상반기동안 전미 벤처자금의 7.2%인 7억5천9백만달러를 끌어모았다.
보스턴의 "루트128"과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리서치트라이앵글파크(RTP)는
전통적인 테크노밸리다.
루트128은 한때 실리콘밸리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동부지역 테크노밸리의
자존심이고 RTP는 정부 기업 대학이 3위일체로 만들어낸 첨단 연구단지다.
이들 지역에서도 제2의 테크노밸리 붐을 일구기 위한 투자가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과거 자동차산업의 메카였던 피츠버그는 그동안 축적된 메커트로닉스
기술이 꽃을 피우면서 로봇공학 회사들이 밀집, 도시 이름이 아예 "로보버그
(Roboburgh)"로 불리고 있다.
< 워싱턴=김태완 기자 tw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