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에서 벤처기업가로의 화려한 변신"

가수 출신에 교통방송 진행자로 유명한 서유석(54)씨.

그가 벤처기업가로 데뷔했다.

지난 97년 교통안전물 제조업체로 다물기획이란 회사를 만들어 사업을
시작했지만 그동안은 주로 제품 개발에만 매달렸었다.

그러다가 최근 다물기획이 벤처기업으로 지정되고 개발을 완료한 폴리에틸렌
도로중앙분리대(그린 안전박스)가 조달청의 우수조달제품으로 인정되면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 것.

다물기획이 개발한 그린 안전박스는 도로 중앙분리대를 고밀도 폴리에틸렌
으로 만들어 안에 물을 채워넣도록 한 것.

콘크리트로 만든 기존의 중앙분리대에 비해 충격흡수력이 뛰어나 안전성이
높은 게 특징이다.

"교통방송을 진행하면서 중앙선을 넘거나 중앙분리대에 부딪쳐 발생하는
사망사고가 전체 교통사망건수의 20%에 달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딱딱한
콘크리트가 아니라 자동차 에어백처럼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중앙분리대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사업을 시작했지요"

개발과정에선 어려움도 많았다.

비용이 예상보다 많이 들어가는데다 제품 제작을 맡긴 하청업체가 부도를
맞기도 했다.

2년4개월동안 8억4천만원을 들여 어렵사리 시제품을 내놓았지만 때마침 IMF
(국제통화기금) 위기로 고전을 해야 했다.

그러다 한국도로공사 등에서 충격실험인증을 받으면서부터 희망이 보였다.

시속 80km로 달리는 차가 그린안전박스와 충돌하는 실험을 한 결과 차체
손상이나 운전자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안전박스는 정부로부터 우수조달제품으로 선정된 이후 처음으로 서울
여의도 공원 앞 도로 1.2km 구간에 설치되고 있다.

앞으로 전국의 국도나 자동차 전용도로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중국에서도 관심을 보여 조만간 첫 수출도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그린안전박스는 안전성 외에도 장점이 많습니다. 우선 시공비가 콘크리트에
비해 35%정도 싸지요. 또 가벼운데다 조립식이어서 설치가 아주 쉬워요"

서 사장은 역시 폴리에틸렌을 이용해 고속도로 분기점 등에 설치할 수 있는
충격흡수대도 개발해 내놓을 예정이다.

요즘 한껏 사업에 재미를 붙인 서 사장이지만 돈엔 큰 관심이 없다고 한다.

"이 사업은 교통방송을 오랫동안 해온 사람으로서 교통안전을 위한 일종의
사명감을 갖고 시작한 겁니다. 만약 이걸로 돈을 벌면 나중에 장애인
체육시설 등을 짓는데 쓸 계획입니다"

(02)511-3193

< 차병석 기자 chabs@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