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민주화는 이번 밀레니엄 중 인류에 이바지한 큰 유산 가운데 하나다.
민주주의가 지난 1천년 동안 인간의 자유에 크게 공헌했다면 정보 민주화는
그것이 터를 잡은 기반이었다.
요즘 일반인들도 양의 정보를 얻고 있으며, 이를 당연한 것으로 하지만
지난 1천년을 돌이켜 보면 이것은 아주 최근 일이다.
이번 밀레니엄의 처음 6세기 동안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은 일부에
불과했고 그중에서도 책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였다.
그 시절 저자들은 소수 엘리트들을 위해서만 저작들을 내놓았으며 절대다수
는 입에서 입으로 정보를 전해 들어야 했다.
교육은 특권계층만을 위한 것이었으며 그나마 군주나 교회가 통제했다.
중국과 한국에서 비롯된 종이와 목판인쇄술이 14~15세기에 유럽으로
전파되면서 책 값은 점점 싸졌다.
그러나 대량인쇄가 가능해진 것은 1450년께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발명하고 나서였다.
그 세기가 끝나갈 무렵 금속활자는 1백개가 넘는 유럽 도시에서 사용됐으며
포르투갈 상인들을 통해 인도와 동아시아 무역중심지들로 급속히 확산됐다.
당시 유럽인들의 교육은 라틴어 중심이었고 이로 인해 대중들은 엘리트들과
분리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인쇄업자들은 새 인쇄술을 이용해 자기 나라 말로 책을 찍어냄으로써
시장을 넓히고자 했다.
프랑스어와 독일어 영어로 된 책들이 늘어남에 따라 더 많은 사람들이 읽을
줄 알게 됐으며 작가들의 저작도 급증했다.
각국이 자국의 언어를 널리 쓰는 것은 라틴어의 기능을 약화시켰으며
국가별로 지식인 계층을 성장시켰다.
새 인쇄술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지적 충동을 불러일으키며 교회의 정보독점
을 잠식해 들어갔다.
출판업자들은 논쟁을 일으키는 책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데 고무돼 기존
권위에 도전했으며 책은 강력한 무기(개혁 수단)가 됐다.
코페르니쿠스나 베이컨 데카르트 같은 선구자들은 자연현상을 비종교적으로
설명한 과학적 연구들을 책으로 엮어냈다.
볼테르와 루소의 막강한 글들은 기존 정치 권력에 대한 도전의 씨를 뿌렸다.
유럽의 교회와 왕들은 반격에 나서 세금과 검열 및 허가로 출판업자들을
통제하려 했다.
그러나 대서양 건너 미국은 언론 및 출판의 자유를 추구했다.
뉴욕위클리저널의 창업자 존 피터 젱거는 1735년 식민지 정부를 비난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그러나 배심원들은 그를 무죄 석방시켰다.
그 뒤 영국은 이같은 도전에 대해 기소하는 것이 부질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언론의 자유를 통한 저항은 미국 혁명에 불을 붙였다.
인구가 3백만명가량이던 1776년 토마스 페인이 쓴 문건 "상식"은 놀랍게도
10만부나 팔렸고 그 몇 배나 되는 사람들이 그것을 읽었다.
벤자민 플랭클린의 "펜실베이니아 가제트"와 제임스 플랭클린이 작성한
"뉴잉글랜드 코란트"는 혁명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일궈냈고 나중에 미국
헌법의 기초가 됐다.
서부를 개척해가면서 새로운 도시를 세울 때면 맨 먼저 교회가 생겼고
그 다음엔 신문사가 들어섰다.
산업혁명은 신문과 잡지와 책의 대량 생산을 가능케 했다.
그것은 또 새뮤얼 모스와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처럼 멀리 떨어진 곳끼리의
통신에 혁신을 가져온 발명가들도 낳았다.
라디오는 정보의 전달 범위를 더욱 넓혔다.
플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은 격의 없는 대화를 통해 그의 정치적
영향력을 크게 강화했다.
제2차 세계대전중 에드워드 먼로의 런던 현지 보도는 미국이 참전키로
결정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텔레비전이 정치적 논쟁을 위한 효과적 장치로 쓰이면서 시민들은 자신들의
사회와 세계에 대해 더 풍부한 식견을 갖게 됐다.
전체주의 지도자들도 이러한 기술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
냉전기간 TV는 사회주의 지도자들에게 강력한 무기였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의 개발은 국경을 뛰어넘었고 정부의 정보독점을
깨뜨렸다.
정보의 세계화가 냉전을 종식시키는 힘이 된 것이다.
현재 매년 36%씩 성장하고 있는 인터넷은 세계화를 촉진시키고 있다.
정보기술 가운데 인터넷은 가장 범세계적이다.
그 힘도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하다.
이러한 강력한 "자유의 기술"들은 모든 사회가 외부의 눈에 문을 열도록
만들었다.
이 기술들은 폐쇄된 사회의 시민들도 국경 밖의 정치 경제 사회 변화를 볼
수 있게 해줬다.
종전 소수의 정치 엘리트들만 소유했던 아이디어와 정보들을 일반인들도
갖게 됨으로써 정치적 다원주의의 속도는 더욱 피치를 가할 것이다.
지난 세기가 주는 교훈은 정보를 갖는 사람은 정치적 경제적 그리고 사회적
힘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정보 기술의 값이 떨어짐에 따라 앞으로 몇 년안에 세계 각지의 수억 인구가
풍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부통제에 대한 그들의 저항은 더 커질 것이다.
정보의 민주화는 다음 세대에게 민주주의의 수호자가 될 것이다.
< 정리=김용준 기자 dialect@ke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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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로버트 호매츠 골드만 삭스 부회장(국제담당)의 아시안월스트리트
저널 28일자 기고문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