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 < 벤처캐피탈협회 회장 >

벤처와 코스닥.

올해 한국경제를 대표하는 말이다.

움츠러들었던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은 주인공이기도 하다.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꿈과 용기를 불러일으킨 화두였다.

물론 지나치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지난 20일 재경부와 금융감독위원회는 코스닥시장 건전화를
위한 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코스닥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투자자 보호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시장을 어지럽히는 작전세력과 투기세력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옳은 말이다.

이러한 당국의 의지를 나무랄 사람은 없다.

그 원칙도 맞다.

그러나 발표한 내용 가운데 어떤 것은 현실에 맞지 않아 옥에 티가 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벤처캐피털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다.

이 조치는 이해하기 어려울 뿐더러 시장에서 당국의 뜻대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책당국은 벤처기업에 투자한 벤처금융사는 등록후 6개월간 당해 벤처법인
의 주식 10% 이상을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하고 벤처금융이 투자해 벤처기업으
로 인정받은 기업은 투자후 1년이 경과한 경우에만 완화된 등록요건을 적용
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규제를 하면 코스닥시장의 주가가 안정되고 "무늬만 벤처" 기업을
솎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코스닥의 주가급등은 공급물량이 부족한 시장여건과 이를 이용한
작전세력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여기에는 일부 기관투자가도 포함되는 것으로 본다.

오히려 벤처금융사에 대한 물량규제는 이들 세력의 주가조작을 더욱 손쉽게
만들어줄 것이다.

당국의 우려와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 벤처금융사만 규제한다는 것은 정부의 문제파악이 일면적임을 보여준다.

최근 은행 등을 비롯한 모든 기관투자가들이 코스닥 등록전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창업 초기단계부터 오랜 기간 동안 벤처기업에 공을 쏟은 벤처금융사는
규제하고 무임승차에 가까운 다른 기관투자가는 마음대로 팔게 내버려
둔다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고 본다.

코스닥이 거래소시장보다 규제가 강화된다는 모순도 있다.

벤처기업은 유.무상증자를 제한하고 벤처캐피털은 매매제한한다니 코스닥은
어떤 비전을 갖는 거래시장인지 알수 없다.

벤처캐피털 투자기업에 대한 규제만으론 무늬만 벤처기업을 가려내지 못할
것이다.

벤처기업 인증을 받을수 있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고 그 방법들은 더욱
문제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런 규제가 이루어지면 벤처캐피털을 기피하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

이는 벤처기업 경영수준의 질적하락을 가져올 수 있다.

창투사들은 지난 8월에 있은 코스닥 등록 1년전 벤처기업의 유.무상증자
제한조치를 기억하고 있다.

당시 코스닥시장의 실제 수요자들은 모두 반대했는데 강행됐다.

그러나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전면 재검토되고 있다.

벤처기업을 너무 모르고 취해진 조치이다.

이번의 벤처캐피털 지분매각 제한조치는 벤처기업에 대해 유.무상증자를
제한했던 것과 마찬가지 조치라고 생각된다.

벤처캐피털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깊은 배려없이 시장혼란의 주범으로
지목한 느낌이 든다.

코스닥에서 시장을 어지럽히는 매매방식이 누구에게서 얼나마 자행되고
있는지를 먼저 분명히 밝혀야 한다.

벤처캐피털은 척박한 환경속에서도 어떤 금융기관도 시도하지 못했던
무담보투자라는 금융기법을 이 땅에 정착시켜 왔다.

기업하려는 젊은이들의 기술능력과 패기를 믿고 자금을 대준 창투사가
한둘이 아니다.

이는 다른 금융기관들이 전당포처럼 담보물을 잡고 돈을 빌려주는 관행과
전혀 다른 행태였다.

창투사 자신이 리스크를 안다 보니 지난 10년간 한번도 좋은 경영성과를
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참담한 여건속에서 헤매기도 했다.

인고의 세월을 보낸 보람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제야 꽃이 피려 하는 것이다.

이러한 때에 나온 벤처캐피털 지분매각 제한조치는 벤처캐피털에 대한
주변의 이해부족을 다시 한번 확인시키고 있다.

최근의 여론몰이식 반벤처분위기 형성 또한 우리나라 벤처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제 당국의 벤처산업 관련 정책도 깊이 있는 검토와 충분한 부처간 협의를
거쳐나와야 할 시점이다.

그동안 정부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급성장했고 또 일면적 고찰로는 쉽게
풀어나갈 수 없는 성숙산업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 www.youngjkim@lge.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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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약력

=<>부산대 경영학과, 동 대학원 경영학석사
<>LG전자 재경담당 부사장
<>현 LG창업투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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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