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갈등과 물가불안이 내년도 한국경제에 최대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노사관계는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 문제를 계기로 이미 대립의 골이
깊어졌고 물가도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경제가 이 두 가지 장애물을 극복하지 못할 경우 경제위기
가 재연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50대그룹 인사노무담당 임원들을 상대로 설문 조사해
28일 발표한 "2000년 노사관계전망"에 따르면 응답자의 77.8%가 내년의
노사관계를 올해보다 불안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불안요인으로는 경기회복에 따른 근로자들의 임금인상 및 근로조건 상향
조정 요구가 32.4%로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총선에 따른 사회분위기 이완과 노동계의 정치세력화(28.6%) <>구조
조정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및 고용안정보장 요구(14.3%) <>노조전임자 등
노조강화를 위한 협약체결 요구및 노노간 선명성경쟁 가열(8.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노사관계가 불안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문으로는 <>공기업(44.5%) <>대형
제조업(33.3%) <>모든 부문(15.6%) <>금융업종(6.6%) 등의 순으로 많이 들어
구조조정을 추진중인 공기업의 노사갈등이 특히 심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내년 임금인상률에 대해서는 4~6%가 바람직하다는 응답이 62.2%로 가장
많았으며 임.단협 교섭기간은 절반 이상이 올해보다 길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영배 경총 상무는 "올해 기업들이 많은 이익을 내는 것은 생산성 향상
보다 금융비용절감과 환율상승으로 인한 가격경쟁력확보 때문"이라며
근로자들의 높은 임금인상 기대를 우려했다.

물가도 곳곳에 불안요인들이 잠복해 있다.

경기부양 과정에서 시중통화가 대량으로 풀린데다 경기회복으로 총수요
압력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본원통화의 경우 지난 4월부터 두자리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월에는 22.3%로 높아졌으며 11월에도 19.6%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여기에다 유가등 국제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있고 임금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어 비용측면에서의 물가상승 압력도 만만치 않다.

제조업의 명목임금상승률(작년 동기대비)은 작년에 마이너스 3.1%를 기록
했으나 올들어 9월까지는 14.1%에 달했다.

특히 내년 4월에는 총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통화량은 통상적으로 선거를 전후해 급팽창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것이 선거용 소비와 맞물릴 경우 물가는 자칫 관리가능한 수준을 벗어날
수도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공공요금 인상요인도 많다.

이와관련, KDI(한국개발연구원)는 인플레압력을 예방하는 탄력적인 통화정책
이 필요하다는 정책처방을 내놓기도 했다.

또 한국금융연구원의 최공필 연구위원은 현재 4%대 후반에 형성돼 있는
단기금리를 내년초 1.5%포인트가량 올릴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한국은행도 지난 27일 내놓은 2000년 경제전망을 통해 인플레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0.8%에 그치겠지만 내년에는 3.1%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더구나 내년 하반기부터는 공급애로 문제가 본격적으로 부각될 것으로
전망했다.

< 박주병 기자 jbpark@ked.co.kr 이성태 기자 stee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