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면 옛 것을 버리고 새 것을 취하는 송구영신의 행사가
펼쳐진다.

특히 금년말은 1000년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천년, 즉 2000년대를 맞이한다고
세계가 요란하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만들어내는 사이버 공간의 시대가 펼쳐지고 인간이
우주를 정복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시대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한다.

변화의 속도가 그만큼 빠르고 폭이 넓어져서 무한경쟁의 시대가 온다고
한다.

제조업의 전성기가 지나고 문화창조력이 판가름낼 신지식인의 시대가
밀려든다고 야단이다.

새로운 시작은 언제나 희망과 기대를 부풀게 한다.

옛 것을 버릴 땐 늘 괴롭고 힘든 일만 있었던 것 같고 깡그리 잊고 싶은
심정이 된다.

그러나 옛 것이나 과거가 없이 새 것과 미래가 있을 수 없다.

과거는 잊고 싶은 괴로운 것과 회한이 쌓인 것들이 많겠지만 역시 그리운
것들도 없을 수 없다.

추억이나 회상이란 말이 새로운 희망이나 기대와 대칭되는 것도 당연하다.

이런 가운데 우리 선대들이 우리에게 일러준 귀중한 교훈이 하나 있다.

이른바 온고이지신의 지혜다.

옛 것을 익혀서 새로운 것을 알라는 가르침이다.

묵은 된장의 맛을 기리고 옛친구의 우정을 새롭게 할 시기인 것이다.

IMF의 고난에서 벗어나면서 우리는 흥청망청 분수에 넘치는 과소비를
후회했다.

군사정권들의 가혹한 인권탄압을 돌이켜보면서 민주주의의 정착을 기대했다.

무질서와 혼란을 극복하면서 안정된 신질서를 창조하기로 했다.

버려야 할 묵은 것은 과감히 청산하되 간직해야 할 소중한 체험들은 미래의
등불로 밝혀주어야 한다.

국회도 이제 15대를 마감하고 내년 봄에는 새로 시작된다.

정치개혁이 부진했다고 정치인들만 탓할 것이 아니다.

새로운 국회의 형성은 새로운 유권자의식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새로운 정치의식으로 더 많은 유권자들이 새로운 선거풍토 조성에 앞장서야
될 것 같다.

그래야만 옥과 돌을 가릴 수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