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앤씨테크 박한서(35) 사장의 "벤처기업론"은 조금 독특하다.

기술개발과 연구활동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진정한 벤처기업이라는게
박 사장의 생각이다.

벤처기업이 스스로 개발한 기술을 직접 사업화해서 생산 유통까지 맡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속도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한 가지 기술을 붙잡고 그것을
사업화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는 것은 벤처의 속성(?)에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삼보컴퓨터에서 기술개발 요원으로 활약한 그는 최근 컴퓨터 없이 라디오
오디오와 바로 연결해 MP3 파일을 만들 수 있는 엔코딩 MP3 솔루션 칩을
개발했다.

기존 MP3 플레이어는 컴퓨터에서 내려받은 음악파일을 단순히 재생만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개발한 칩을 이용하면 모든 오디오 기기의 음악을 MP3 파일로
녹음할 수 있는 엔코딩 MP3 플레이어를 만들 수 있다.

이 칩은 MP3 플레이어를 비롯한 각종 멀티미디어 기기에 응용될 수 있으므로
벌써부터 국내외 기업들에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는 이들 가운데 컴퓨터 전자 통신 분야의 세계적 기업 10개 정도에만
기술을 이전해 줄 생각이다.

생산능력과 영업망이 뛰어난 기업이 자신의 기술을 사업화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비싼 로열티를 물고 외국기술을 도입해 상품을 만드는 것은 경쟁력이
없습니다. 또 기반기술 없이 응용기술만 가지고선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가
됐습니다. 각 분야에서 기반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벤처기업의 몫입니다"

올해로 창업 2년째인 디앤씨테크의 직원은 모두 26명.

이 가운데 박 사장을 포함해 20여명이 연구개발 인력이다.

지금까지 PC용 DVD 플레이어, 다자간 화상회의 시스템, 인터넷 방송시스템을
개발해 데이콤 등에 기술을 이전했다.

개발된 기술은 그것을 사업화할 수 있는 기업에 넘기고 다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다는 원칙을 철저히 지켜온 셈.

현재 내년 상반기 완성을 목표로 오디오와 비디오의 엔코딩이 가능한 칩을
개발중이다.

이 칩은 IMT-2000 인터넷방송을 비롯한 다양한 멀티미디어 분야에 활용될
수 있는 기반기술이다.

그는 지난 10월 미국 새너제이에 연구개발을 위한 현지 법인을 세웠다.

내년 3월까지 연구인력의 대부분을 미국 현지법인으로 이동시킬 계획이다.

"정보통신분야에선 시간이 곧 돈입니다. 똑같은 기술도 미국에서 개발하는
것이 한국에서보다 한달 이상 빠릅니다. 변화의 중심에 뛰어들어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벤처기업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02)525-4093

< 장경영 기자 longru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