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정치기상도] 연합공천과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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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회의와 자민련의 합당이 일단은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김대통령과 김총리가 총선까지 남은 넉 달 동안 또 무슨 경천동지할 "구국의
결단"을 내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두 여당은 각자 살길을 찾는 모습이다.
국민회의가 조직책 선정 등 가칭 "새천년 민주신당" 창당 작업에 속도를
붙이는 가운데 자민련도 한나라당 이한동 의원을 영입하는 등 이른바
"원조보수"로서의 정체성을 찾아 나선 것이다.
잘된 일이다.
사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공동정부가 아니라 정책연합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로 차별성이 큰 정당이다.
이런 두 정당이 손을 잡고 공동정권을 꾸린 것은 내각제 개헌을 핵심 고리로
한 DJP연합으로 대통령선거에서 승리를 거두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연합의 고리는 이미 풀린 지 오래다.
총선 공약으로 다시 내각제를 내거는 건 자민련의 자유지만 이것 때문에
두 당이 계속해서 손을 잡아야 할 이유는 없다.
국가보안법 개정과 정치개혁법안 문제 등 주요 현안이 있을 때마다 사사건건
갈등을 빚어온 만큼 이제 두 정당은 앞으로도 공동정권을 꾸려야 할 지를
근본적으로 재고해 보아야 한다는 말이다.
두 여당은 합당 대신 연합공천을 통해서 총선 공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는데 유권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것도 그리 반가운 일은 아니다.
연합공천의 동기가 개혁에 대한 의지라기보다는 지역연합에 근거를 둔
권력을 지키려는 욕망이기 때문이다.
국민회의 또는 민주신당은 한국의 정치지형에서 가장 진보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반면 자민련은 자칭 "원조보수"로서 한나라당보다 보수색이 오히려 더 짙은
정당이다.
만약 여권이 연합공천을 한다면 변화와 개혁을 원하는 유권자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자민련 후보를 찍거나 기권을 해야 하는 곤란한 사태를 만나게 될
것이다.
반면 보수적 유권자들은 국민회의 후보가 여권의 연합공천을 받아 나오는
경우에도 언제나 선택가능한 대안이 있다.
또 다른 보수정당인 한나라당 후보가 있기 때문이다.
유권자의 입장에서 볼 때 이건 공정한 게임이 아니다.
이런 면에서 연합공천 지분 50% 할당을 거론하는 자민련 당직자들의
"몽니"는 도를 넘는 것이다.
자민련에 대한 유권자의 지지도는 예나 지금이나 한 자리 수에 불과하다.
반면 국민회의 지지도는 많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지금도 30%를 넘나든다.
공동정권의 파트너로서 마땅히 가질 몫을 가지는 데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단독 과반수를 얻지 못한다는 국민회의의 "약점"을 이용해서 과도한 지분을
요구하는 행위는 유권자의 선택권을 무시하는 오만방자한 처사라 아니할 수
없다.
현행 소선거구제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총선은 기본적으로 "2여 1야"의
각축장이 될 것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민주노동당과 친여 또는 친야 무소속 후보가 선전할 수도
있다.
이 구도가 여권에 불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책과 노선이 전혀 다른 두 여당의 후보를 인위적으로 단일화한다고
해서 선거결과가 더 좋아지리라고 기대할 근거는 별로 없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이른바 "무당파" 유권자가 전체의 절반에 육박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여권은 전국적인 연합공천에 대한 미련을 깨끗이 버려야 한다.
선거는 국민의 뜻을 확인하는 가장 효과적인 절차이다.
각자 노선과 정책과 인물의 차별성을 분명히 함으로써 정치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무엇인지를 물어야 한다.
여권이 직면한 정치적 위기는 "신뢰의 붕괴"에서 비롯된 것이다.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분명하게 제시하고 국민의 심판을 받으려는
겸허한 자세가 없이는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없다.
전국적 연합공천과 같은 "정치적 꼼수"는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 시사평론가/성공회대 겸임교수 denkmal@hitel.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7일자 ).
김대통령과 김총리가 총선까지 남은 넉 달 동안 또 무슨 경천동지할 "구국의
결단"을 내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두 여당은 각자 살길을 찾는 모습이다.
국민회의가 조직책 선정 등 가칭 "새천년 민주신당" 창당 작업에 속도를
붙이는 가운데 자민련도 한나라당 이한동 의원을 영입하는 등 이른바
"원조보수"로서의 정체성을 찾아 나선 것이다.
잘된 일이다.
사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공동정부가 아니라 정책연합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로 차별성이 큰 정당이다.
이런 두 정당이 손을 잡고 공동정권을 꾸린 것은 내각제 개헌을 핵심 고리로
한 DJP연합으로 대통령선거에서 승리를 거두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연합의 고리는 이미 풀린 지 오래다.
총선 공약으로 다시 내각제를 내거는 건 자민련의 자유지만 이것 때문에
두 당이 계속해서 손을 잡아야 할 이유는 없다.
국가보안법 개정과 정치개혁법안 문제 등 주요 현안이 있을 때마다 사사건건
갈등을 빚어온 만큼 이제 두 정당은 앞으로도 공동정권을 꾸려야 할 지를
근본적으로 재고해 보아야 한다는 말이다.
두 여당은 합당 대신 연합공천을 통해서 총선 공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는데 유권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것도 그리 반가운 일은 아니다.
연합공천의 동기가 개혁에 대한 의지라기보다는 지역연합에 근거를 둔
권력을 지키려는 욕망이기 때문이다.
국민회의 또는 민주신당은 한국의 정치지형에서 가장 진보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반면 자민련은 자칭 "원조보수"로서 한나라당보다 보수색이 오히려 더 짙은
정당이다.
만약 여권이 연합공천을 한다면 변화와 개혁을 원하는 유권자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자민련 후보를 찍거나 기권을 해야 하는 곤란한 사태를 만나게 될
것이다.
반면 보수적 유권자들은 국민회의 후보가 여권의 연합공천을 받아 나오는
경우에도 언제나 선택가능한 대안이 있다.
또 다른 보수정당인 한나라당 후보가 있기 때문이다.
유권자의 입장에서 볼 때 이건 공정한 게임이 아니다.
이런 면에서 연합공천 지분 50% 할당을 거론하는 자민련 당직자들의
"몽니"는 도를 넘는 것이다.
자민련에 대한 유권자의 지지도는 예나 지금이나 한 자리 수에 불과하다.
반면 국민회의 지지도는 많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지금도 30%를 넘나든다.
공동정권의 파트너로서 마땅히 가질 몫을 가지는 데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단독 과반수를 얻지 못한다는 국민회의의 "약점"을 이용해서 과도한 지분을
요구하는 행위는 유권자의 선택권을 무시하는 오만방자한 처사라 아니할 수
없다.
현행 소선거구제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총선은 기본적으로 "2여 1야"의
각축장이 될 것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민주노동당과 친여 또는 친야 무소속 후보가 선전할 수도
있다.
이 구도가 여권에 불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책과 노선이 전혀 다른 두 여당의 후보를 인위적으로 단일화한다고
해서 선거결과가 더 좋아지리라고 기대할 근거는 별로 없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이른바 "무당파" 유권자가 전체의 절반에 육박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여권은 전국적인 연합공천에 대한 미련을 깨끗이 버려야 한다.
선거는 국민의 뜻을 확인하는 가장 효과적인 절차이다.
각자 노선과 정책과 인물의 차별성을 분명히 함으로써 정치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무엇인지를 물어야 한다.
여권이 직면한 정치적 위기는 "신뢰의 붕괴"에서 비롯된 것이다.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분명하게 제시하고 국민의 심판을 받으려는
겸허한 자세가 없이는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없다.
전국적 연합공천과 같은 "정치적 꼼수"는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 시사평론가/성공회대 겸임교수 denkmal@hitel.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