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술집 딸을 쫓아다니고 귀족 부인과 사랑을 나누며 걸핏하면 장난치기를
좋아한 작가.

독일 문호 괴테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괴테가 사랑한 로마, 사랑한
여인들"(로베르토 차페리 저, 장혜경 역, 오늘의책)이 번역돼 나왔다.

이 책에는 고상한 대작가가 아니라 사랑과 자유를 갈망한 인간 괴테의
모습이 담겨 있다.

2년동안의 이탈리아 여행에서 만난 로마와 밀라노 여인들의 얘기도
흥미롭다.

저자는 수년간 독일과 이탈리아의 도서관을 뒤져 온갖 자료를 모으고
괴테가 주고받은 편지, 소장했던 그림, 일반 서류, 영수증까지 샅샅이
찾아내 이 책을 썼다.

그는 이같은 뒷골목 탐사를 통해 괴테문학의 이면에 가려져 있던 여러
그림자들을 세상으로 불러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열정적인 연인, "이탈리아 기행"의 해박한
지성인, "파우스트"의 숭고한 이념으로 고전문학의 산맥을 이룬 괴테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사랑 이야기도 단순한 연애담에 그치지 않고 자유로운 정신세계와 접목해서
살폈다.

겉으로는 제도 안에 안주하는 일생을 살았지만 정신적으로 자유에 대한
갈망을 한시도 버리지 않았던 괴테.

저자는 그의 문학과 사랑에 대한 열정이 순수하고 자유로운 정신의
산물이었다고 분석한다.

< 고두현 기자 kd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