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고객와 그룹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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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금융회사에 돈을 맡기는 것은 믿기 때문이다.
금융회사는 고객재산을 불려주고 안심하게 만들어 주는게 본연의 임무다.
그래서 영리추구 못지않게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가 부과된다.
금융회사들이 고객의 이익보다 모그룹의 이익을 위해 부당행위를 일삼았다면
고객들은 어떤 심정이 들까.
금융감독원이 적발한 현대 삼성 SK 등의 금융계열사들은 규정을 어겨가며
고객돈으로 계열사들을 지원하는데 앞장섰다.
규모나 정도에서 차이가 있을 뿐 수법은 대동소이하다.
현대투신운용은 현대투신증권이 보유한 부도채권과 CP(기업어음)
1천5백20억원어치를 장부가로 사줬고 유가증권을 비싼 값으로 5조원어치나
사들여 2천33억원의 이익을 제공했다.
그것도 고객돈으로.
그동안 돈을 찾아간 고객들은 자신이 피해를 본 줄도 모르고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자동차에 4천2백억원을 신용대출했다가 떼였다.
또 은행의 특정금전신탁을 이용해 삼성차 등 계열사 유가증권 1천2백억원
어치를 사줬고 은행의 후순위채를 사주는 조건으로 은행들로 하여금 삼성차
등의 사모사채를 매입케 했다.
삼성생명의 보험가입자들은 회수 못하는 금액 만큼 간접적인 손해를 봤다.
SK투신운용은 고객돈으로 SK증권이 보유한 CP 등을 3천70억원어치 사줬다.
SK증권은 어음매입한도를 63%나 넘겨 (주)SK 등 9개 계열사 어음을 매입
했다.
이쯤되면 금융회사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궁금해진다.
고객에 돌아갈 이익을 계열사에 넘겼다면 이는 사실상 배임행위다.
이로 인해 삼성의 7개 금융계열사 대표들은 이번에 모두 주의적경고 이상의
"별"을 달았다.
현대의 금융사 대표들은 대부분 더 센 문책을 받았다.
하지만 23일 삼성그룹 인사에선 경고받은 임원들이 버젓이 계열사 대표가
되거나 승진했다.
사회적으론 금융질서 교란자이지만 그룹내에선 공신대접을 받은 셈이다.
과거 감독체제가 미흡할때 이뤄진 부실, 위법행위를 모두 제재할순 없다.
그랬다간 금융회사에서 살아 남을 임원이 없다.
그러나 금융시장이 커지고 감독체계가 갖춰진 지금부터 이런 행위가 재발
해도 형식적인 문책으로 넘어간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금융회사와 감독당국을 믿고 돈을 맡긴 고객들이 참는 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 오형규 기자 oh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5일자 ).
금융회사는 고객재산을 불려주고 안심하게 만들어 주는게 본연의 임무다.
그래서 영리추구 못지않게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가 부과된다.
금융회사들이 고객의 이익보다 모그룹의 이익을 위해 부당행위를 일삼았다면
고객들은 어떤 심정이 들까.
금융감독원이 적발한 현대 삼성 SK 등의 금융계열사들은 규정을 어겨가며
고객돈으로 계열사들을 지원하는데 앞장섰다.
규모나 정도에서 차이가 있을 뿐 수법은 대동소이하다.
현대투신운용은 현대투신증권이 보유한 부도채권과 CP(기업어음)
1천5백20억원어치를 장부가로 사줬고 유가증권을 비싼 값으로 5조원어치나
사들여 2천33억원의 이익을 제공했다.
그것도 고객돈으로.
그동안 돈을 찾아간 고객들은 자신이 피해를 본 줄도 모르고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자동차에 4천2백억원을 신용대출했다가 떼였다.
또 은행의 특정금전신탁을 이용해 삼성차 등 계열사 유가증권 1천2백억원
어치를 사줬고 은행의 후순위채를 사주는 조건으로 은행들로 하여금 삼성차
등의 사모사채를 매입케 했다.
삼성생명의 보험가입자들은 회수 못하는 금액 만큼 간접적인 손해를 봤다.
SK투신운용은 고객돈으로 SK증권이 보유한 CP 등을 3천70억원어치 사줬다.
SK증권은 어음매입한도를 63%나 넘겨 (주)SK 등 9개 계열사 어음을 매입
했다.
이쯤되면 금융회사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궁금해진다.
고객에 돌아갈 이익을 계열사에 넘겼다면 이는 사실상 배임행위다.
이로 인해 삼성의 7개 금융계열사 대표들은 이번에 모두 주의적경고 이상의
"별"을 달았다.
현대의 금융사 대표들은 대부분 더 센 문책을 받았다.
하지만 23일 삼성그룹 인사에선 경고받은 임원들이 버젓이 계열사 대표가
되거나 승진했다.
사회적으론 금융질서 교란자이지만 그룹내에선 공신대접을 받은 셈이다.
과거 감독체제가 미흡할때 이뤄진 부실, 위법행위를 모두 제재할순 없다.
그랬다간 금융회사에서 살아 남을 임원이 없다.
그러나 금융시장이 커지고 감독체계가 갖춰진 지금부터 이런 행위가 재발
해도 형식적인 문책으로 넘어간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금융회사와 감독당국을 믿고 돈을 맡긴 고객들이 참는 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 오형규 기자 oh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