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으로 볼 때는 2000. 은행.증권주로 판단한 체감지수는 500.
포항제철등 블루칩으로 본 지수는 800"

주식시장에서 일부 정보통신 관련주만 상승하는 극심한 주가차별화가 진행
되고 있다.

SK텔레콤 데이콤 한국통신 삼성전자 LG정보통신 등 이른바 "빅5"와 정보통신
관련주를 포함해 20여개 종목만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은행 증권 건설 등 저가대형주는 물론이고 기관투자가들이 선호하는 실적
호전 대형우량주(블루칩)도 "소외종목군"에 편입되고 있다.

주가양극화보다는 "단극화"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다.

개인투자자 선호주와 블루칩이 "빙하기"를 맞으면서 "더 이상 거래소시장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7월까지는 상당한 이익을 남겼으나 최근들어 투자원금이 절반이하로
줄어들었다(울산에 사는 J씨)"는 투자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개인에 이어 투자신탁 등 기관도 이런 움직임에 가세하는 실정이다.

정보통신주 중심의 주가양극화는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일어나는 세계적인
현상이어서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정도를 넘어선 주가차별화는 장기적으로 개인투자자들의 이탈을
초래해 주식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 주가양극화 현상 =22일 종합주가지수는 9.03포인트 올랐으나 내린 종목
이 6백42개로 오른 종목(2백3개)보다 3.2배나 많았다.

지난 20일에도 종합주가지수는 17.79포인트나 올랐으나 내린 종목(5백97개)
이 오른 종목(2백30개)보다 2.6배나 많았다.

21일에도 지수는 8.25포인트 떨어졌으나 SK텔레콤 등 "정보통신 빅5"를
제외할 경우 하락폭이 30포인트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코스닥시장에서도 22일 벤처지수는 46.76포인트나 폭등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나 금융 건설업종지수는 하락했다.

SK텔레콤과 데이콤은 22일 장중 한때 각각 4백만원과 40만원을 돌파해
"4.4 시대"를 여는 등 초강세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한국통신과 삼성전자 및 LG정보통신을 합한 정보통신 빅5의 싯가총액비중은
39.52%로 40%에 육박했다.

반면 은행과 증권주 지수는 연중 최저수준까지 하락했다.

종합주가지수가 주식시장 상황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술적분석의 유효성이 떨어지고 지수전망이 의미가 없어지고 있는 실정
(박용선 SK증권 투자전략팀장)이다.

<> 주가양극화 원인 =정보통신주로의 패러다임 시프트와 주식형 수익증권의
수익률 게임, 그리고 주식매수자금이 풍부하지 않다는 것이 주가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나스닥시장에서 인터넷.통신주가 폭등하고 일본의 도코모(휴대폰전화업체)가
NTT 주가를 추월하는 등 정보통신주가 세계적으로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외국인들이 SK텔레콤과 삼성전자 등 정보통신주에 매수세를
집중시키고 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새롬기술이 한때 2백30만원(장중.액면가 5천원 환산
기준)까지 오르면서 "새롬기술 신드롬"이 형성됐다.

불과 20여일만에 20배나 폭등하자 1년내내 20~30% 오르는 주식은 쳐다
보지도 않고 "제2의 새롬기술"을 찾는 현상이 나타난 것(홍성국 대우증권
법인부차장)이다.

주식형 수익증권의 환매요청을 받고 있는 투자신탁(운용)이 블루칩을 내다
팔고 정보통신주를 사는데 가세했다.

수익증권 수익률이 종합주가지수 상승률을 쫓아가려면 다소 무리가 되더라도
정보통신주를 매수할 수밖에 없기 때문(강신우 현대투자신탁운용 수석
펀드매니저)이다.

거래소 시장에 실망한 개인투자자들도 코스닥시장의 벤처기업으로 발길을
돌렸다.

유통시장보다는 공모주 청약에 돈이 몰렸다.

고객예탁금이 10조원을 유지하고 있으나 절반은 공모주에 몰리고 25%
미만만이 거래소 시장에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향후 전망 =주가 양극화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가차별화가 한창 진행되는 과정에서 SK텔레콤이 신세기통신을 인수한데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이 한국의 벤처기업에 최대 4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외국인들의 정보통신주 매수도 이어지고 있다.

투자신탁(운용)이 블루칩을 내다팔고 있으며 개인들도 보유주식을 처분하고
거래소시장을 떠나고 있다.

주식매수자금이 풍부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보통신주는 수요초과 상태에
있는 반면 소외종목들은 매물홍수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정보통신주의 단극화가 장기화될 경우 주식시장의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다.

새롬기술 신드롬이 진정되지 않을 경우 주식시장은 건전한 투자시장이 아닌
투기장화될 가능성이 높다.

주식투자자가 거래소시장을 떠나고 주식매수자금이 줄어들수록 정보통신주가
세우고 있는 바벨탑은 사상누각이 될 수도 있다(정의석 신한증권 투자분석
부장)는 지적이다.

< 홍찬선 기자 hcs@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