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21일 예상대로 금리를 올리지 않았다.

그러나 경기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해 내년초에는 금리를 올릴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FRB는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Y2K(컴퓨터 2000년 연도인식 오류) 문제에 따른 불확실성 때문에 정책금리
인 연방기금(FF) 금리를 현행(연 5.5%)대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통화정책 기조도 "중립"(neutral)을 그대로 유지시켰다.

FRB는 그러나 내년 2월 1~2일로 예정된 21세기 첫 FOMC 회의에서 금리를
올릴 수 있음을 내비췄다.

FRB는 성명에서 "미국경제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어 인플레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생산성향상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고 있어 인플레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인플레 예방을 위해 언제라도 금리를 올릴수 있다는 뜻이다.

이같은 발표내용에 대해 월가의 금융전문가들은 FRB가 내년초 금리인상
의지를 강력히 표시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ABN암로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칼 타넨바움은 "미국경제의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되지 않는 한 내년 2월에 금리가 인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FRB가 내년중 몇차례에 걸쳐 금리를 올릴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월가에서는 미 경제의 활황세가 지속될 경우 3월21일에 열리는 내년 두번째
FOMC 회의에서 금리를 추가로 올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FRB는 올들어 경기과열을 막기위해 지난 6월30일, 8월24일, 11월16일 등
모두 세차례에 걸쳐 연방기금 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렸었다.

그러나 미국 경제는 5%대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경기가 좀처럼
수그러들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실업률도 30년만의 최저치(4.1%)까지 떨어지는 등 노동시장경색도
풀릴 기미가 없다.

FRB는 금리인상을 통해 이같은 경기과열현상을 누그러뜨리지 않을 경우
인플레가 촉발돼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이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 박영태 기자 pyt@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