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조그만 불길 속에
누가 타오른다.
아프다고 한다. 뜨겁다고 한다. 탄다고 한다.
허리가 다리가 뼈가 가죽이 재가 된다.
저 사람은 내가 모르는 사람이다.
아 나의 얼굴
코도 입도 속의 살도
폐가, 돌 모두가
재가 되어진다.

천상병(1930~1993) 시집 "새"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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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을 불길로 보고 그 속에서 타는 심지를 사람으로 비유했다.

그 사람은 아프다고 뜨겁다고 하면서 허리 다리 뼈 가죽이 다 타서는 재가
되면서도 빛을 낸다.

"저 사람은 내가 모르는 사람이다"는 무슨 뜻일까.

자기가 모르는 사람이 재가 되면서 자기를 위해 빛을 만들어 준다는 점을
양각하기 위한 진술은 아닐까.

유명한 시 "귀천"에서 삶을 아름다운 세상에 소풍나온 것에 비유한 대목을
상기해도 좋을 것이다.

신경림 시인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