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천재가 아니다"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사장은 자신의 비즈니스 철학을 이 한마디로
요약했다.

"서로 도우며 협력하는 것만이 비즈니스를 성공으로 이끄는 길"이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또 2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강연회에 앞서 이용태 삼보컴퓨터
명예회장이 "새로운 세기에 비즈니스를 이끌어갈 천재"라고 소개한데 대한
답변이었다.

손 사장은 이날 "디지털세계에서의 인터넷 구조"란 제목의 강연에서
인터넷산업을 키우려면 통신망을 고도화하고 교육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몇달만에 한국에 다시 와보니 경제가 활력을 찾고 있어 무척 기쁘다.

또 인터넷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것을 느꼈다.

서울 오는 비행기에서 승객들과 이야기하는 중에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보고 확인할 수 있었다.

세계에는 지금 인터넷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한국에 투자하려는 것도 이같은 혁명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나는 4년전에 인터넷 사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때는 건물에 설치된 기업의 대형 광고 간판에서 인터넷 주소를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4년 만에 상황이 완전히 바뀌어 지금은 모든 간판에서 www로 시작하는
홈페이지 주소를 볼 수 있다.

인터넷비즈니스 바람도 거세게 일고 있다.

미국에 갈 때마다 젊은 세대들이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거 참여하는 것을
본다.

그들이 가진 뛰어난 아이디어를 매우 놀랍다.

미국에서 빌(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 회장) 폴(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
폴 앨런) 스티브(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 같은 위대한 인터넷 기업가가
계속 등장할 것이다.

정보화시대에는 모든 것이 인터넷에 연결될 것이다.

PC는 물론 TV 카메라 등 모든 가전제품도 인터넷에 연결돼 활용될 것이다.

우리 집에 PC가 50대 있는데 모두 인터넷에 연결해 쓰고 있다.

이같은 추세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뉴욕에 있는 호텔조차 예전에는 인터넷 이용을 할 수 없었다.

지금은 언제 어디서나 어떤 상황에서도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다.

인터넷을 이용함으로써 보다 생산적이고 효율적이며 재미있게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인터넷 산업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이는 미국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의 시장가치 변화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지난 92년에만 해도 시장가치 상위 20개 기업 가운데 정보기술(IT) 업체는
하나도 없었다.

93년들어 인텔이 처음으로 20위안에 진입했으며 95년 마이크로소프트가
처음으로 톱텐에 들었다.

지금은 상위 10대기업 가운데 4개가 IT업체이다.

시스코얘기 일본도 비슷한 상황이다.

소프트뱅크는 올해 6위까지 올랐다.

또 이같은 현상은 이미 모든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다.

소프트뱅크의 성장도 이같은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다.

인터넷 비즈니스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크게 성공했다.

그러나 얼마전까지만 해도 일본에서 "마사요시는 일본의 마지막 버블가이"
(bubble guy)라고 불렸었다.

그러나 이 예상은 틀렸다.

내가 야후에 투자한 것이 3년전에는 1억달러에 불과했으나 이것이 지난해
1월 10억달러, 올 1월 1백억달러로 불어난데 이어 지금은 4백20억달러가
됐다.

인터넷의 특징은 단 두개의 숫자로 설명할 수 있다.

0(제로)와 무한대가 그것이다.

제로인 것은 시간지연(time lag), 정보가치의 저하, 가변비용이다.

특히 가변비용이 전혀 없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지금쯤 많이 보내고 받는 크리스마스카드를 예로 들어보자.

일반 카드의 경우 종이값이나 우편요금 등의 가변비용은 카드가 늘어나는
만큼 증가한다.

그러나 인터넷으로 보내는 e카드는 1만장을 보내든, 10만장을 보내던
가변비용은 똑같다.

무한대는 이용자가 무한하고 창조성을 무한대로 발휘할 수 있고 무한한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 두가지 특징을 1백% 결합시키면 인터넷시대의 승자가 될 수 있다.

대기업의 CEO는 인터넷비즈니스를 시작하고 인터넷을 적용하는데 늦다.

몇년전 소프트뱅크 이익이 80% 줄었을 때 모든 사람이 소프트뱅크가
파산한다고 했다.

그래도 계속 인터넷 영역에 머무르고 인터넷 비즈니스에 집중했다.

그 결과 지금은 회사가치가 1백60만달러에서 7백50억달러로 늘었다.

앞으로 중국이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게 된다.

중국의 인터넷 이용자는 2005년 3억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본다.

이때 미국은 2억명, 일본은 8천만에 불과할 전망이다.

이는 중국이 인터넷 혁명의 중심에 자리잡게 된다는 의미다.

지금까지는 미국이 모든 산업의 리더였지만 앞으로는 중국이 이 역할을
대신할 것이다.

이 점 때문에 최근 일본에서는 "인구가 적어 걱정"이라는 소리가 있다.

상대적으로 적은 인구로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애로가 많을
것이란 얘기다.

한국도 같은 걱정을 할 수 있다.

이런 문제는 인터넷 이용의 토탈 파워(total power)로 해결할 수 있다.

토탈파워는 이용수와 이용의 질로 결정된다.

이용자가 적더라도 이용의 질을 높이면 된다.

질을 높이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이다.

첫째는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다.

고속 광대역 통신망을 갖춰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정보를 잘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교육이다.

열정적이고 창의적인 젊은 인재를 많이 키우는 것이다.

특히 한국은 교육이 잘 돼 있다.

일본에서 학교에 고속 인터넷을 보급하겠다는 제안을 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앞으로 10년동안 모든 학생들에게 PC를 보급하고 무료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여기에 드는 비용은 1백억달러에 불과하다.

이는 도쿄만에 다리를 하나 건설하는데 드는 비용의 절반밖에 안된다.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하는데 다리 하나 만드는 돈의 절반 밖에
안든다면 누구나 해야 할 일이다.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같은 충고를 하고 싶다.

모든 학생들이 무료 인터넷을 쓸 수 있도록 PC를 학생 한명당 한대씩
보급하라는 것이다.

특히 한국은 미국 일본 중국보다 학생수가 적다는 것이 희소식이다.

투자비가 그만큼 적게 들테니까.

현재 컴퓨터는 칩 하나에 1천만 개의 소자가 들어있다.

3백억개의 뇌세포로 구성돼 있는 인간 두뇌보다는 못한 수준이다.

그러나 칩 기술은 18개월에 2배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어 칩 하나에 3백억개
의 소자를 넣는데 걸리는 기간은 18년이다.

따라서 2018년에는 칩 하나가 인간 두뇌보다 우수해진다.

이 때는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는 인간보다 강해진다.

따라서 인간은 컴퓨터보다 빨리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을 이루는 방법은 있다.

인간은 지구상의 유일한 생명체(the only living being)이다.

현명하게 생각하고 서로를 도와야 한다.

소프트뱅크가 다른 회사를 소유하지 않고 20%, 30%정도만 투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이 빨리 커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다른 어떤 것보다 빠르고 강하게
커나가는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서로를 도우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다.

인터넷 비즈니스를 발전시키려면 교육이 중요하다.

특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 정열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나는 미국과 일본은 물론 한국이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인재를 키우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 정건수 기자 kschun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