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안방극장을 눈물로 적시게했던 SBS 주말드라마 "파도"(김정수 극본,
김한영 연출)가 72회를 끝으로 오는 26일 막을 내린다.

9시뉴스와 시간이 겹치는 편성상의 불리함때문에 초반 시청률 10%대의
부진을 면치못하던 이 드라마는 중반을 넘어서며 시청률이 30%대로 급상승,
9시뉴스를 앞설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진폭을 높여간 "파도"의 저력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파도"의 가장 큰 미덕은 중년 남녀의 사랑을 되찾아준 데 있다.

10대 젊은이들의 사랑놀음에만 열중해온 트렌디 드라마의 열풍에 대한
반격이다.

"이 드라마는 어머니도 여자라는 사실을 일깨워줬습니다"

극중에서 췌장암으로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영준 엄마역의 김영애씨가 녹화
현장에서 기자에게 들려준 말이다.

이 한마디에 드라마 "파도"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

사별한 남편을 가슴에 묻고 묵묵히 자식 잘 되는 것만 지켜보는 것이 과연
중년 여인이 누릴수 있는 행복의 전부인가.

"파도"는 홀로된 우리 어머니들의 이런 정서를 정확히 집어냈다.

"윤사장(이정길)은 내게 영준 엄마, 영미 엄마란 이름 말고 김현숙이라는
원래 이름을 찾아준 사람이다"

극중 엄마의 이 대사에 감동하지 않을 여성 시청자들이 있겠는가.

"파도"는 젊은 연기자들의 병풍에 불과하던 중견 연기자들의 제몫을
찾아줬다.

얼굴 반반한 젊은 스타 몇을 앞세워 시청률을 높이려는 드라마는 중견
연기자들이 설 땅을 빼앗아갔다.

그러나 "파도"에선 정반대가 됐다.

암에 걸린 주인공으로 눈물샘을 자극하는 이야기구도는 구닥다리 냄새까지
풍기지만 중견 연기자들의 헌신적인 열연은 이를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는다.

"삶의 향기를 물씬 풍기는 데는 아무래도 중견 연기자가 젊은 친구들보다
낫지 않겠어요"

이정길씨의 말이다.

김영애씨는 이 드라마에 전념하기위해 2개의 타드라마 출연제의를 거절했다.

지난해 "그대 그리고 나"로 대박을 터뜨렸던 작가 김정수씨의 노련미도
빼놓을수 없다.

줄곧 홈드라마 한 우물만 판 중견작가의 뚝심이 10년만에 그와 손을 잡은
김PD의 섬세한 연출미와 조화를 잘 이뤘다.

< 박해영 기자 bono@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