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전반부는 제국의 시대였다.

이 기간 영국을 비롯한 열강제국들은 세계의 주도권을 놓고 엄청난
힘겨루기를 했다.

이들은 2차대전 전까지만 해도 지구촌 광범위한 지역을 식민지로 다스렸다.

식민지 다툼은 세계적인 전쟁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는 가운데 "시장을 통한 지배"란 새로운 조류도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후반부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로 나눠진 차가운 이념대립의 시대였다.

이 대립은 시장경제와 경제인의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냉혹한 시장경쟁의 원리를 거부하는 사상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한국경제신문이 선정한 "20세기 1백대 사건"은 세계 여러 민족과 국가들,
나아가 인류가 어떤 투쟁과 고난의 발자취를 밟아왔는지 보여준다.

돌이켜보면 그것은 근대화를 향한 성난 파도와 같은 물결이기도 했지만
민족주의를 등에 업은 자본이 세계시장으로 치달으며 치열한 각축을 벌였던
대경쟁의 시대이기도 했다.

20세기의 서두에 인류는 라이트형제의 비행을 통해 하늘을 나는 지혜를
얻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바탕을 둔 현대 물리학이 고전물리학을 대체
하면서 인류는 대번영을 예약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사라예보의 총성은 제1차 세계대전을 불렀고 인류는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 전쟁은 시기적으론 1870년대의 대공황과 1930년대 대공황의 간주곡이라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대혼란과 가치관의 부재를 반영한 새로운 사조인 포스트모더니
즘이 탄생했다.

이 때를 전후해 아시아의 강국으로 급부상한 일본은 러일전쟁과 중일전쟁을
잇달아 일으키며 주체할 수 없는 힘을 과시했다.

유럽 한편에선 러시아 왕조가 멸망하고 마르크스주의에 철학적 기반을 둔
소비에트가 집권해 공동생산과 분배라는 꿈을 실험하기 시작했다.

시장경제를 택하고 있던 진영에는 대공황이 번졌고 인류는 정부의 적극적
정책으로 수요를 창출해 공황을 극복하는 법을 발견했다.

독일의 전신 바이마르공화국이 장차 세계를 학살의 피바람 속으로 몰아넣을
인물 히틀러를 잉태하는 동안 중국의 혁명가들은 지구의 위도와 경도를
넘나드는 12만km의 대장정을 감행해 인류사의 획을 그었다.

곧이어 터져나온 2차대전은 제국 시대의 종언이자 팍스아메리카나가 도래
하는 결정적 사건이 됐다.

브레튼우즈협정과 관세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은 경제적 측면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정치.군사적 측면에서 미국의 힘을 더욱
강화시켰다.

이보다 먼저 창설된 국제연합(유엔)은 미국이 자신의 힘을 자랑하는 무대가
됐다.

미국이 다국적군의 간판을 내걸고 참여한 걸프전과 코소보전쟁이 보여주듯
금세기 마지막 10년동안 팍스아메리카나는 더 확고해졌다.

GATT를 대체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역시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과학은 금세기 인류의 생활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최초의 컴퓨터 에니악(ENIAC)은 개인용 컴퓨터(PC)로 발전했고 마침내 전기
이후 인류가 발견한 가장 놀라운 자원이라 할 수 있는 인터넷으로 거듭나면서
네티즌이라는 21세기형 인류를 탄생시켰다.

하늘을 날기 시작한지 반세기도 지나기 전에 인류는 소리보다 더 빠른
속도로 날 수 있게 됐다.

이 지혜는 급속도로 발전해 우주시대가 열렸으며 인류는 또 다른 생명체의
존재를 찾기 위한 무한한 여정을 시작했다.

또 누구나 우주를 여행할 수 있는 세상이 눈앞에 와 있는 상황이다.

생명공학이 발달하면서 유전자의 비밀이 하나씩 밝혀지고 있는 가운데
급기야 생명을 복제하는 작업이 기대와 우려속에 감행됐다.

기계학과 화학이 이전 세기를 지배했다면 20세기를 지배한 학문은 물리학과
생물학이었다.

2차대전의 막바지에 핵무기를 처음 사용한 인류는 스스로를 멸망시킬 수
있는 무서운 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늦기 전에 자각했다.

플라스틱과 나일론 등 신물질과 트랜지스터에서 비롯된 신상품들은 맥도날드
로 상징되는 "무제한으로 생산하고 대량으로 소비하는" 물질숭배형 사회를
창조했다.

여기엔 TV의 출현과 방송시대 개막으로 탄생한 매스커뮤니케이션(대중매체)
도 한 몫 했다.

이러는 사이 동구권과 아시아 남미의 여러나라에 이식되면서 지구의 절반을
지배했던 사회주의 이념은 패권을 잃고 무대에서 내려섰다.

레닌이 러시아혁명에 성공한 때부터 되짚어보면 이 실험엔 76년이 걸렸다.

서로 다른 두 체제가 대립하던 냉전은 끝났지만 인류는 인종과 종교 등 다른
여러 이데올로기들에 뒤얽혀 여전히 갈등을 계속하고 있다.

코소보에서 벌어진 학살과 독립을 쟁취하기 위한 동티모르의 처절한 몸부림
은 그 단면을 보여줬다.

비교적 순탄하게 경제성장을 지속해왔던 아시아에는 90년대 후반들어
외환위기가 덮쳐왔다.

30년대 공황이 미국뿐 아니라 당시 후진국이었던 이탈리아와 독일까지
괴롭혔다면 아시아 금융위기는 성장가도를 줄달음해온 아시아 국가들의 기를
꺾어놓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아시아 위기는 이들 국가에 과거 정책의 잘잘못을 따지게 만드는 등
스스로를 반추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했다.

이제 20세기 1백년과 르네상스 1천년이 모두 역사의 지평선으로 넘어가려
한다.

멀지않아 밝아올 새로운 세기와 밀레니엄에서도 인류사에 큰 족적을 남길
사건들이 하나둘 차곡차곡 쌓여갈 것이다.

< 김용준 기자 dialect@ke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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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100년 ]

< ''00 >
1903.12 라이트 형제 인류최초 비행 성공
1904.2~1905.9 러일전쟁
1905.6 아인슈타인 상대성 이론 완성
1906.12 방송시대 개막(첫 목소리 방송 성공)
1907 플라스틱 발명

< ''10 >
1911.10 신해혁명(청 멸망, 중화민국건국)
1911.12 아문센 남극점 정복
1912 인류 최초 혈관 봉합수술 성공(장기이식 길 열림)
1913.12 할리우드 시대 개막
1914~1918 제1차 세계대전
1916.2 스위스 취리히에서 다다이즘 대회
1917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 멸망(3월)후 러시아 혁명으로 소비에트 정권수립
(11월)
1919.10 제1회 국제노동회의(ILO) 개막 및 조약 체결

< ''20 >
1922~1947 간디의 비폭력 자유투쟁
1927 최초의 항생물질 페니실린 발견
1929 세계 대공황

< ''30 >
1934.8 히틀러 총통 취임
1934.10~1935.10 중국공산당 대장정
1936.12 영국 에드워드8세(윈저공) 왕위 버리고 심프슨 부인과 결혼
1936.12 케인스 ''고용 이자및 화폐에 관한 일반이론'' 출간
1936.12~1945 중일전쟁
1937 TV출현(영국 BBC 방송 흑백TV 방송 시작)
1937.12 난징 대학살
1938 나일론 출현
1939~1945 제2차 세계대전및 태평양전쟁
1939 국제연합(유엔) 창설

< ''40 >
1945.8 일본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
1945.12 브레튼우즈협정,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IBRD) 탄생
1946.2 최초의 컴퓨터 애니악(ENIAC) 완성
1947 트랜지스터 라이오 발명
1947.8 인도 독립, 분단
1947 관세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체결
1947.10 항공기 첫 음속 돌파
1948.5 이스라엘 건국
1948.12 킨제이 보고서(최초의 현대인 성생활 보고서)
1949.4 북대서양 조약기구(나토) 발족
1949.10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949.12 중국 국민당, 대만으로 천도
1950 유럽에 비키니 수영복 출현
1950.10 미국 CBS 컬러TV상업방송 시작

< ''50 >
1953.4 DNA 나선형 이중구조 규명
1953.5 뉴질랜드 탐험가 애드먼드 힐러리, 인류 최초 에베레스트 등반
1954.2 미국 매카시 선풍
1955.5 동구권 바르샤바조약 체결
1956 헝가리 반소자유화운동 유혈진압
1957.10 소련 스푸트니크1호 발사(우수시대개막)
1959.1 카스트로, 쿠바혁명 성공
1959.4 미국 인류 최초의 원자력 발전 성공
1960.9 석유수출국기구(OPEC)발족

< ''60 >
1961.8 베를린장벽 구축
1963.10 케네디 미국 대통령 암살
1964.5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결성
1965~1976 중국 문화대혁명
1967.6 제3차 중동전쟁(6일전쟁)
1968.5 프랑스 68혁명으로 드골정권 붕괴
1968.8 프라하의 봄, 소련군 체코 침공
1969.7 인류최초 달착륙
1969~1978 중.소분쟁
1969.9 리비아 카다피 무혈쿠데타 성공

< ''70 >
1971.10 중국 유엔 가입
1971.11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중립선언
1972.2 닉슨 미국대통령 중국 방문
1973.2 워터게이트사건
1973.9 칠레군부, 아옌데 대통령 정부 전복
1973~1979 1,2차 석유파동
1974.10 OPEC, 단일유가제 채택
1975.4 미국, 베트남 전쟁서 패배
1975.7 미.소우주선 우주도킹 성공
1975~1979 캄보디아 대학살
1976 스티브 잡스 최초의 개인용컴퓨터(PC) 개발
1976.9 마오쩌둥 사망
1978.12 덩샤오핑 개혁.개방 정책 추진
1978 인류 최초 시험관 아기 탄생
1979 이란 호메이니의 회교혁명
1980 이란.이라크 전쟁
1980.5 세계보건기구(WHO) 천연두 완전 퇴치 선언

< ''80 >
1981 에이즈 발견
1981.4 미국 최초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 발사
1982.4 아르헨티나 포클랜드 침공
1986.2 마르코스 필리핀대통령 퇴진
1986.4 소련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
1989.6 중국 천안문사태
1989.11 베를린장벽 붕괴(1990년 10월 독일 통일로 이어짐)
1990 인터넷 상용화
1990.12 소련 붕괴

< ''90 >
1991.1 걸프전 발발
1991 월드와이드웹(WWW) 출현
1991.6 남아공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폐지
1992.4 미국 LA 흑인폭동
1992.6 리우데자네이루 세계 환경회의
1992.12 핵무기 감축조약(START) 체결
1993.12 마스트리히트 조약으로 유럽연합(EU) 출범
1995.1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1997 복제양 둘리 탄생
1997.7 홍콩의 중국 반환
1997.7 아시아 외환위기 태국서 시작
1998 발기부진 치료제 비아그라 탄생
1998.5 수하르토 인도네시아 대통령 퇴진
1999.1 유로화 출범
1999.3 코소보 전쟁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