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지킨다는 것은 말보다 쉽지 않다.

건강하다는 것은 신체의 상태가 균형을 이루고 있는 상태라고 생각한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는 균형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특히 건강을 지키는 것은 더 그렇다.

운동을 할 때는 육체적인 고통이 따른다.

반면 마음은 평화로워야 한다.

세상만사가 음과 양의 조화를 추구하는 것처럼 건강도 고통과 평화가 공존
해야 지켜지는 것 같다.

나는 그래서 등산을 즐긴다.

산을 오를때의 고통을 즐기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서울 도심의 찌든 공기에 넌더리가 났기 때문만도 아니다.

마음의 평화를 함께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법대시절 꿈과 이상을 함께 키웠던 벗들, 그리고 평생의 반려자인
아내와 함께 산에 오른다.

육체적으로는 고통스럽지만 흘리는 땀속에서도 항상 웃음이 피어난다.

벗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초로의 나이를 잊는다.

혈기로 치면 어느새 온 세상을 점령할 것같던 젊은 시절로 돌아간다.

아내와 함께 몰아쉬는 거친 호흡도 즐겁다.

한발자국을 떼기도 어려운 고통이 따르지만 그만큼 기쁨은 배가 된다.

고통과 행복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다.

그래서 나의 건강은 아내와 벗들과 함께 산에 오르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믿고 있다.

대학동창들과의 부부동반 산행을 시작한지 꽤 오래됐다.

처음이나 지금이나 무슨 날짜를 정해 놓고 거창하게 산행하지는 않는다.

연락이 닿는 사람끼리, 형편이 되는 사람끼리 산에 오른다.

한달에 한번도 좋고 두번도 좋다.

도봉산에 오르기도 하고 청계산에 가기도 한다.

흐르는 땀이 좋고 친구들과의 대화가 즐겁다.

아내의 손을 잡고 산을 오르는 것 자체가 행복이다.

자주 함께 산행하는 벗으로는 신상규 서울지검 부장검사, 김종민 전
문화체육부 차관, 김재구 변호사, 박석인 금호산업 사장 등을 꼽을 수 있다.

정상에 올라 흐르는 땀을 식히고 맑은 공기를 마시는 것은 세상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다.

복잡한 세상일도 잠시나마 머리속에서 지울 수 있다.

그래서 산행끝에 친구들과 함께하는 식사시간도 즐겁다.

인생을 이야기하고 가장으로서 가정일도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
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