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숙(75)전 홍익대교수가 회고록 "역사의 파도를 헤치고"(성지사)를
펴냈다.

최씨는 이 책에서 파란만장한 자신의 삶과 한국 현대사의 아픔을 담담하게
그렸다.

일제시대의 가슴 아픈 유년 기억부터 전쟁과 군사독재로 이어지는 역사의
상흔이 한 여자의 일생과 오버랩돼 있다.

앞부분에는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나 숙명여고에 입학한 뒤 일본 동경여자
고등사범학교의 유일한 한국인 학생으로 유학하기까지의 성장과정이 담겨
있다.

신혼의 단꿈에서 깨기도 전에 6.25를 맞고 남편을 잃은 슬픔은 지금도
치유하기 힘든 상처다.

남편은 "자유민주 정권에서 좌익 냄새가 난다고 끌려가 곤욕을 치르고
공산주의 세상에서는 판사 노릇했다고 다시 끌려간" 역사의 희생양이었다.

전쟁이 끝나고 교직에 복귀한 최씨가 아들 "수"를 키우며 겪는 애환도
가슴을 아리게 한다.

그는 한일국교정상화와 군정시절을 거쳐 학생들의 저항운동을 곁에서
지켜보며 단국대 홍익대 등에서 후진을 양성했다.

회고록에는 숙명여고 일학년 때 제자였던 소설가 박완서씨의 "최혜숙
선생님께 바치는 글"도 실려 있다.

이 책은 국내 출판에 앞서 지난 9월말 같은 제목의 일본어판으로 먼저 발간
돼 화제를 모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