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문학의 참맛을 느끼게 하는 장편소설 두편이 국내에 소개됐다.

하인리히 만의 "앙리 4세"(전7권, 미래M&B)와 랄프 이시우의 "이쉬타르의
문"(전3권, 맑은소리).

리얼리즘 소설의 진수라는 평가와 지적 판타지의 완결편이라는 찬사를 받은
작품들이다.

하인리히 만(1871~1950)은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토마스 만의 형.동생과
달리 이념상의 문제로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작가다.

"앙리 4세"는 루카치로부터 30년대 독일 역사소설의 최고봉이라는 평을 들은
작품이다.

16세기 유럽의 종교전쟁을 거쳐 프랑스를 통일한 앙리 4세의 일생이 담겨
있다.

프랑스 변방 소국의 왕자로 태어나 수십차례의 암살 위협과 다섯번의
개종끝에 권력을 획득한 그가 구교권의 실력자인 태후, 그녀의 딸이자
약혼녀인 마르고와 합종연횡하면서 펼치는 전쟁과 사랑의 대서사시다.

3백여명에 달하는 등장인물과 다채로운 심리묘사, 시제의 혼용 등 독특한
기법으로 독일문학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2부작 가운데 1부 "청춘"(1~3권)이 먼저 나왔고 2부 "완성"(4~7권)은
내년초에 나올 예정이다.

랄프 이시우(1956~)의 "이쉬타르의 문"은 독일 북스테우더불레 선정 98최고
작품상 수상작이다.

한국어판 출간 과정에서 독일 문화부의 지원을 받아 눈길을 끌었다.

이 작품은 문학과 고고학의 접목을 통해 고대 바빌로니아 신화 속으로
떠나는 환상여행을 그리고 있다.

소설은 페르가몬 박물관의 야간 경비원 토마스 폴락이 고대 왕국의 크세사노
황금상과 함게 사라지는 사건으로 시작된다.

6천년 전의 사연들이 첨단 컴퓨터 해커들에 의해 해독되고 머피의 법칙도
등장한다.

현실과 신화의 세계를 오가는 변화들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로
설명하는 대목은 색다른 재미를 제공한다.

작가는 미스터리 기법과 판타지 요소를 가미해 역사의 이면에 감춰진 진실을
인류학적 렌즈로 하나씩 비춘다.

시공을 넘나드는 "문"의 상징체계가 휴머니즘이라는 "열쇠"와 어우러져
감동을 더한다.

< 고두현 기자 kd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