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산업 구조개편 관련법안과 부패방지기본법,국 가보안법 등이 지난
18일 끝난 정기국회 회기내에 처리되지 못함에 따라 각종 개혁 법안들이
16대 국회로 넘겨지게 됐다.

여야는 20일부터 임시국회를 시작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법 협상을
타결하는 일이 시급한 만큼 계류 법안을 처리하는데 시간을 할애할 가능성은
극히 적다.

게다가 총선 등 정치일정으로 내년 4월의 총선전까지 국회를 다시 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인권신장, 부패방지, 국민화합, 구조조정 등을 위해 정부와 국회
일각에서 야심적으로 추진했던 각종 개혁 법안의 심의는 16대 국회가 구성
돼야 다시 처음부터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력을 5개 자회사로 분할 매각하기 위한 전력산업 구조개편 법안의
연내 처리는 한나라당 및 자민련의 반발과 국민회의의 눈치보기로 끝내
무산될 전망이다.

국민회의는 공식적으로 이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노동계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임을 감안할 때, 내부적으로는 총선
이후 다시 논의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법안 처리의 지연으로 공기업의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정부의 계획에 차질이 발생했으며 가스공사 등 관련 공기업의 구조조정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됐다.

부정부패 척결이란 국민의 열망을 안고 제출됐던 "부패방지기본법"도
휴지조각이 될 운명에 처했다.

내부 고발자를 보호하고 부패혐의로 면직된 공무원의 재취업을 제한하는
내용 등을 담은 이 법안은 여야 의원들의 소극적인 태도로 국회에서 제대로
심의조차 되지 못했다.

부패방지를 위한 대표적 개혁입법의 하나인 "자금세탁 방지법"도 끝내
햇빛을 보지 못할 처지다.

정부가 지난 97년 7월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고액의 현금거래 내용을
보관하게 하고 돈세탁을 한 경우 처벌토록 하는 내용으로 제출한 이 법안은
국회 재경위에서 한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총선을 앞두고 "운신의 폭"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의원들이 법안 처리를
기피함에 따라 정치권의 부패척결 의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감도 심화되고
있다.

국민회의가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증권관련 집단소송에 관한 법"의 처리도
물건너갔다.

상장사협회 등 관련 이익 단체들의 반발과 의원들의 "몸사리기" 탓이다.

시민단체들은 재무제표의 허위작성 등 현 증권시장의 고질적 문제점을
치유할 것으로 평가받았던 이 법안이 사장돼 증시 선진화도 멀어지게 됐다며
국회의 무성의한 태도를 비판했다.

무수한 인권침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국가보안법 개정도 내년으로
미뤄지게 됐다.

국민회의는 찬양.고무죄와 불고지죄를 폐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마련했지만 자민련 의원들이 반대함에 따라 야당과는 협상조차 해보지
못했다.

적자재정의 위험성을 유난히 우려하며 목소리를 높였던 국회는 정작
"재정건전화 특별법"을 제정하지 못했다.

법 제정으로 세계잉여금이 재정적자 축소에만 사용되고 추경편성 요건이
강화되면 총선이나 대선을 앞두고 여권에 불리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자
여당 의원들이 반발했기 때문이다.

야당은 독자적으로 법안을 제출했지만 여당이 이미 법 제정을 미루겠다고
밝힌 상태여서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없다.

전기료의 3%를 대북 경수로 사업비에 충당하는 내용의 "남북협력기금법"은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여야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내년에야 심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지역감정 해소와 국민화합을 위해 의원발의로 추진됐던 "지방인재
균등등용 촉진법"과 "정치보복 금지 특별법", "해직언론인 배상 특별법"
등도 16대 국회의 처분을 기약하게 됐다.

< 김형배.김남국 기자 khb@ked.co.kr >

[ 자동폐기 위기에 처한 개혁법안 ]

<>전력산업 구조개편 관련법 - 산업자원위 계류 - 한전의 발전부문과
송배전부문을 5개 자회사로 분할, 매각

<>부패방지 기본법 - 법사위소위 계류 - 비리고발자 보호 및 보상
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

<>자금 세탁방지법 - 재정경제위 계류 - 불법 자금세탁행위 금지
금융기관 고액현금거래 기록 보존

<>증권관련 집단소송에 관한 법 - 법사위소위 계류 - 재무제표, 공개매수
신고서, 유가증권신고서 허위작성으로 투자자 피해시 집단소송 가능

<>국가보안법 - 미제출 - 찬양고무죄 및 불고지죄 폐지
보안법 사범 구속기간 단축

<>재정건전화 특별법 - 야당 의원발의로 제출 - 재정규모 증가율을 잠재
성장률 이내로 제한 추경편성요건 강화, 세계잉여금 국채상환에 우선 사용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