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 홈-문화생활] 산골서 띄운 '오두막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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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네 세상 어디에 있느냐? 너에게 주어진 몇몇 해가 지나고 몇몇 날이
지났는데, 그래 너는 네 세상 어디쯤에 와 있느냐?"
강원도 산골,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단칸 오두막에서 손수 밭을 일구며 사는
법정 스님의 산문집 "오두막 편지"(이레, 7천원)는 이 물음에 답하는
형식으로 꾸며져 있다.
94년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이후 거의 5년만에 펴낸 책이다.
이번 산문집에는 자연과 오두막을 배경으로 한 아름답고 서정적인 글,
참된 어른으로서 세상을 향해 토해내는 날카로운 비판의 말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특유의 맑은 문체와 설득력 있는 논리도 돋보인다.
"밤이슬로 옷이 눅눅해져 방안으로 들어온다. 방안은 방안대로 창호에 비친
달빛으로 넘치고 있다... 모처럼 달님이 내 뜰에 오셨는데, 방안에 꼿꼿이
앉아 좌선을 하고 경전을 펼쳐 든다면 그것은 달님에 대한 실례가 될 것이다"
이렇듯 자연속에서 즐거움과 여유를 찾는 스님의 풍류와 당당한 기개는
일상에 찌든 현대인들에게 삶의 청량감과 여백을 찾게 해 준다.
스님은 "산속은 생명이 충만한 곳"이라며 "모든 사람은 하나의 커다란
생명의 뿌리에서 나뉜 가지"라고 말한다.
스님이 생각하기에 속세 사람들이 "흔들리는 삶"을 사는 것은 "단순함과
버림의 미학"을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스님은 세상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는다.
"소욕지족, 작은 것과 적은 것으로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크고 많은 것을
원하면 그 욕망을 채울 수 없다. 작은 것과 적은 것 속에 삶의 향기인
아름다움과 고마움이 깃들어 있다"
스님은 물신에 현혹돼 빗나간 사람들의 인성을 제자리에 돌려놓기 위해선
먼저 삶의 가치를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법정 스님은 "침묵과 무소유"속에서 청빈의 도를 실천하고 있다.
70년대 후반 송광사 뒷산에 불일암을 지어 홀로 지내다 수상집 "버리고
떠나기"를 쓴 뒤 훌쩍 강원도 산골로 들어갔다.
서울 길상사 회주를 맡아 "수행자로서 밥값을 하기 위해" 한달에 한번씩
산에서 내려와 대중법회를 갖기도 한다.
< 강동균 기자 kd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8일자 ).
지났는데, 그래 너는 네 세상 어디쯤에 와 있느냐?"
강원도 산골,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단칸 오두막에서 손수 밭을 일구며 사는
법정 스님의 산문집 "오두막 편지"(이레, 7천원)는 이 물음에 답하는
형식으로 꾸며져 있다.
94년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이후 거의 5년만에 펴낸 책이다.
이번 산문집에는 자연과 오두막을 배경으로 한 아름답고 서정적인 글,
참된 어른으로서 세상을 향해 토해내는 날카로운 비판의 말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특유의 맑은 문체와 설득력 있는 논리도 돋보인다.
"밤이슬로 옷이 눅눅해져 방안으로 들어온다. 방안은 방안대로 창호에 비친
달빛으로 넘치고 있다... 모처럼 달님이 내 뜰에 오셨는데, 방안에 꼿꼿이
앉아 좌선을 하고 경전을 펼쳐 든다면 그것은 달님에 대한 실례가 될 것이다"
이렇듯 자연속에서 즐거움과 여유를 찾는 스님의 풍류와 당당한 기개는
일상에 찌든 현대인들에게 삶의 청량감과 여백을 찾게 해 준다.
스님은 "산속은 생명이 충만한 곳"이라며 "모든 사람은 하나의 커다란
생명의 뿌리에서 나뉜 가지"라고 말한다.
스님이 생각하기에 속세 사람들이 "흔들리는 삶"을 사는 것은 "단순함과
버림의 미학"을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스님은 세상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는다.
"소욕지족, 작은 것과 적은 것으로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크고 많은 것을
원하면 그 욕망을 채울 수 없다. 작은 것과 적은 것 속에 삶의 향기인
아름다움과 고마움이 깃들어 있다"
스님은 물신에 현혹돼 빗나간 사람들의 인성을 제자리에 돌려놓기 위해선
먼저 삶의 가치를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법정 스님은 "침묵과 무소유"속에서 청빈의 도를 실천하고 있다.
70년대 후반 송광사 뒷산에 불일암을 지어 홀로 지내다 수상집 "버리고
떠나기"를 쓴 뒤 훌쩍 강원도 산골로 들어갔다.
서울 길상사 회주를 맡아 "수행자로서 밥값을 하기 위해" 한달에 한번씩
산에서 내려와 대중법회를 갖기도 한다.
< 강동균 기자 kd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