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은 앞을 다투지 않는다.

선후를 다투지 않으니 흘러가는 물살은 평온하기만 하다.

앞뒤를 다투면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급기야 큰 소리를 내고 만다.

주식시장도 흐르는 물과 같다.

질서와 규율이 있어야 평화가 있다.

내년의 경제를 내다보고 외국인이 차분히 주식을 사들어갈 때만 해도
주식시장은 평온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증시를 이끄는 최대 큰 손인 투신사가 갈팡질팡하면서 시장도 한바탕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말았다.

요즘 투신사는 확실히 무엇에 쫓기는 사람같다.

주가가 오르면 무자비하게 물량을 내놓고 폭락세로 기울면 주가 받치기에
나서지만 한번 잃은 신뢰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다.

큰 손의 체모가 말이 아니다.

그런 전략으론 손님을 모으기 어렵다.

< 허정구 기자 huhu@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