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한국경제가 7% 미만의 성장률을 기록하면 이는 경기후퇴나 다름
없다"

씨티은행은 최근 발표한 "누가 9% 성장률을 두려워하는가"라는 보고서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인 오석태 차장은 "현재와 같은 경기확장이 지속
된다고 가정하면 내년 1.4분기 성장률은 9%에서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며
"일부의 전망대로 5%~6%의 성장률을 기록하자면 내년도 4.4분기쯤 한국경제
의 성장률은 0%를 나타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씨티은행은 이에따라 내년도 한국경제 성장률을 10%로 봤다.

이것도 경제성장 속도가 상당히 둔화되는걸 전제로 해서 나온 수치라는
것이다.

다른 외국계 기관들도 씨티은행의 성장률 전망과 비슷하다.

미국의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한국경제가 내년에도 견조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성장률 전망치를 8.7%로 제시했다.

골드만삭스도 7%의 성장률을 예측했다.

이는 국내 기관들의 전망치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6.4%로 전망한 바 있으며 그나마 높게 잡았던 LG경제연구원도
6.7%였다.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금융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 대우경제연구소등은
5%대의 성장률 전망을 내놓았다.

정부도 공식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내년중 5% 내지 6%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경제운용계획을 짜고 있다.

정부의 성장률 전망은 단순한 전망에 그치는게 아니라 그것이 마치 목표
처럼 설정돼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정부는 경기가 과열단계에 접어들어 잠재생산능력을 초과하지 않을까 걱정
하는 듯하다.

한국경제는 IMF 체제에 들어선 이후 설비투자 부진 등으로 인해 생산능력이
크게 훼손된게 사실이다.

따라서 생산이 조금만 붐을 이뤄도 디플레갭은 해소된다.

한국은행은 내년 하반기쯤 이같은 현상이 생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인플레이션을 현실화시킬 공산이 큰 것이다.

게다가 과도한 성장률은 금리에도 적지않은 부담을 줄 것이 뻔하다.

일부 외국계 기관들이 예상하는대로 한국경제가 내년중 8%~9% 성장하고
물가가 2%~3% 수준으로 안정된다고 할 경우 장기금리는 두자리수가 적정
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통상 시장금리는 "성장률+물가+위험프리미엄"으로 정의되기 때문이다.

대우구조조정 문제가 완결되지 않았고 투신사 구조조정이 임박한 상황에서
고금리는 한국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위험이 있다.

정부도 이를 가장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재계의 시각은 다르다.

재계는 성장률 둔화를 걱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는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14일 정부에 건의한 "2000년 거시경제 운영
방향에 대한 업계의견"에서도 나타났다.

상의는 경기회복의 탄력이 둔화되고 있는 점에 유의해 내년도 경제정책을
운영해 줄 것을 요청했다.

상의는 지난 2년간 성장 잠재력이 크게 약화됐다며 정부 대책은 총수요
억제보다 조속한 공급능력 복원에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이 주장하듯 경기진정과 물가안정을 위해 긴축정책을
단행하는등의 조치를 취할 경우 회복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는 경제안정을 논할 만큼 아직 충분한 성장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시각
을 갖고 있다.

요컨대 내년도 경제운용을 둘러싼 논쟁은 성장이냐 안정이냐로 집약된다.

정부의 핸들이 어느 방향으로 꺾일지 사뭇 관심거리다.

< 이성태 기자 stee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