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은 16일 금융연구원 초청 조찬강연(호텔롯데)에서
내년부턴 정부가 강제하지 않더라도 은행 등 금융회사의 추가합병이 일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금감위는 우선 은행에 대해 내년부터 연 1회이상 후순위채권을
시장금리로 발행토록 의무화하기로 했다.

시장평가에 따라 은행마다 후순위채 조달금리가 천양지차가 되고 아예
발행을 못하는 곳도 나올 수 있다.

이 위원장은 "좋은 곳은 더 좋아지고 나쁜 곳은 더 나빠져 추가 합병이
이뤄질 객관적 배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1년부터 예금 보장이 2천만원이내로 축소되는 것을 그 서곡으로
꼽았다.

시장신뢰를 얻지 못한 은행은 자발적으로 구조조정이나 합병에 나서라는
주문이다.

부실해진 은행은 감독당국이 적기시정조치를 내리기 전에 시장이 먼저
솎아내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위원장은 21세기 원년의 화두로 "시장신뢰"를 꼽았다.

이 위원장은 또 정부출자 은행들의 성공 여부가 시장에서 주가로 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까진 증시가 비정상적이었지만 앞으로 1~2년정도 주가를 보아 개선여지
가 없으면 행장을 포함한 경영진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조달금리(후순위채)와 주가는 시장이 매기는 은행의 경영성적표이며 그
성적에 따른 책임은 냉엄하게 가려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정부가 보유한 은행 주식은 조속히 매각할 방침이다.

이를 은행 지배구조 개선의 계기로 삼겠다는 것이다.

은행을 소유하는 지배주주가 없더라도 내.외국인이 동등하게 지분을 소유,
책임경영을 이루겠다는 복안이다.

이와함께 이 위원장은 제반 규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규정에 제한하지
않았으면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시스템을 확립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권역별 핵심업무를 되도록 좁게 정하고 나머지 업무는 제한을 풀어
겸업이나 업무제휴가 확대되도록 할 방침이다.

이 위원장은 겸업화 과정에서 필요하면 금융지주회사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증권거래소 코스닥 선물시장 등 시장인프라의 경쟁도입을
염두에 두고 관련기관의 변화를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증권전산 증권예탁원도 기득권에서 벗어나 경쟁의 걸림돌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이 위원장은 뮤추얼펀드에 대해 개방형을 허용하는 것은 현 시점
에서 득보다 실이 커 중간배당을 허용하거나 전문거래시장을 만들어 단점을
보완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기업의 신용평가에 대한 신뢰성 제고를 중점과제로 추진할 방침이다.

< 오형규 기자 oh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