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16일 정치개혁특위를 재가동하고 언론문건 국정조사를 실시하지
않을 경우 민생법안과 예산심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에대해 여당은 연말연초 정국을 허위 선전장으로 만들려는 정략적인
발상이라며 한나라당의 제안을 거부, 17일로 예정된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본회의 직후 열린 총무회담에서 "정형근 의원이
여당측 증인선정 여부와 관계없이 국정조사 증인으로 출석하겠다고 밝힌
만큼 연말까지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은 그러나 "이근안 고문 교사사건"의 초점을 흐리고 정 의원에 대한
검찰수사를 피하려는 의도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자민련도 정개특위 재가동에 합의할 수 없다고 맞섰다.

총무회담이 결렬된 직후 한나라당은 예결특위 계수조정소위와 교육위등
다른 상임위에서 집단 퇴장, 예산안 및 법안심의가 더이상 이뤄지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여권의 태도를 봐가며 17일께 법안과 예산심의를 계속할지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한편 여야는 이에 앞서 이날 오전과 오후 각각 3당 정책위의장 회담과
예산안 조정소위를 잇따라 열고 92조9천억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을 심의,
내년 예산안 규모를 축소한다는데 원칙에 합의했다.

그러나 농어가 부채 경감대책 예산 등 세출예산 증액이 많아 실제 순삭감
규모는 2천억원대를 넘기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는 또 총 4조원으로 추산되는 한국은행 이익 잉여금의 일부를 세입으로
전환, 11조5천억원에 달하는 내년도 국채발행 규모를 축소하기로 했다.

현재 야당은 1조1천5백억원을 줄이자는 입장이나 여당은 "7천5백억원
삭감안"을 제시, 여야 요구의 중간 수준선인 8천억~9천억원 안팎에서 삭감
규모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여야는 그러나 농어가 부채 감축비 3천5백억원과 지방교육재정 지원예산,
사회간접자본 투자비, 항구수해 대책비 등 약 7천억원대의 예산을 늘리기로
의견을 모아 실제 내년 예산의 순삭감 규모는 2천억원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여야는 이밖에 한은 이익 잉여금 가운데 5천억원이나 1조원 정도를 내년
세입예산에 반영, 국채발행 규모를 축소하고 채권 이자비용으로 잡혀있는
세출 예산도 함께 줄이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 정태웅.김남국 기자 redae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