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철(64)전 부총리겸 통일원장관이 "이등인생의 되바라진 소리(춘.하.추)"
(통일번영연구원, 각권 1만원)란 제목의 자서전을 3권으로 펴냈다.

언론인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후 공직자 국회의원 등을 거친 40년 가까운
시절을 되돌아본 책이다.

취재기자로서 때로는 나라를 대표하는 의원 또는 장관으로서 역사의 현장을
가까이서 지켜본 기록이라는 점에서 의미있는 저작이다.

한 개인의 발자취이긴 하지만 한국의 근대사를 집약한듯하다.

목포의 가난한 집안에서 자란 그는 스스로를 "이등인생"이라고 부른다.

"어차피 일등이 되겠다고 버둥대지도 않았고 이등으로 만족하며 살아온
이등짜리 인생이므로 후회는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겸손에도 불구하고 그는 4선 경력의 국회부의장, 두차례
장관재임을 거쳐 부총리까지 오른 "출세"한 인물이다.

저자의 회고는 60년대 신문기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군사정권아래서 언론인이 누릴수 있었던 자유는 보잘것 없는 것이었다.

청와대 출입기자시절 박정권을 비난하는 글을 썼다가 한밤중에 괴한으로부터
테러까지 당할 정도로 시련의 연속이었다.

71년 언론사를 떠난 그는 첫 변신을 시도한다.

정무조정실장을 거쳐 정계에 입문한 그는 한일의원연맹 상임간사를 맡으며
한일 외교의 최전선에 선다.

자서전에는 국회의원과 장관 시절의 주요 활동을 정리한 각종 기고문이
담겨있다.

특히 취재기자때 현장에서 직접 촬영한 사진들을 풍부하게 실어 생생한 근대
정치사를 들려준다.

넥타이 차림으로 제주 골프장에서 드라이빙 샷을 날리는 박대통령의 사진 등
언론에서 공개하지 않았던 진귀한 사진들을 들춰보는 맛도 있다.

고흥문 신형식 장기영 등 그와 인연이 깊은 고인들에 대한 회상도 함께
실었다.

한일의원연맹으로 교분이 두터웠던 후쿠다 다케오 전 총리대신 등 일본의
주요 인사들과의 교류도 회고한다.

저자는 "지난 일들을 이제 새삼 반추하는 것은 되풀이되는 역사속에서
지금의 문제를 푸는 데 행여 힌트라도 될수 있지 않을까해서"라며 자서전의
의미를 설명한다.

< 박해영 기자 bono@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