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론"이라는 경제학이론에서는 "죄수의 딜레마" 가설을 인용해 경제
현상을 설명한다.

두 명의 죄수를 분리해서 조사하는 검사가 먼저 자백한 사람은 풀어주고
끝까지 범행을 부인한 사람은 가중처벌하겠다는 조건을 내걸 경우 각각의
죄수는 자백했을 경우와 혼자 버텼을 경우의 득실을 따져 행동을 선택한다는
이론이다.

둘 다 범행을 부인할 경우 검찰이 완전한 혐의를 입증하기 어려워 경미한
처벌을 받게 되지만 혼자 범행을 부인하다가는 더욱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가 있어 죄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다른 죄수가 자백할 가능성을 감안하면 먼저 자백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게
이 이론의 일반적인 결론이다.

경제주체들은 상대방의 경제행위가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선택을 한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한 예로 "죄수의 딜레마"가 자주
인용되지만 이를 정책에도 적용한 사례가 있다.

담합입찰에 참가했다가 자진신고한 기업은 약하게 처벌한다는 공정거래법상
면책조항이 그것이다.

공정위는 이 조항을 처음으로 발동해 원자력발전소 방사선관리용역 담합입찰
에 참가했다가 자진신고한 서울방사선서비스(주)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고 시정명령을 경고로 완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어떻게 보면 손쉽게 담합을 막을 수 있는 장치처럼 비친다.

그러나 "죄수의 딜레마" 사례에서도 항상 똑같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 담합사실을 공정위에 자진신고한 기업은 강한 처벌을 면하는 이익과
다른 기업들로부터 신뢰를 잃어 정보교환등 향후 경영에서 불리한 입장에
처할 수도 있다는 점을 놓고 고심한 끝에 선택을 한 것이다.

만일 담합에 참가한 업체들이 서로 강력하게 담합사실을 부인할 것이라고
믿고 또 공정위가 담합사실을 밝혀낼 능력이 없다고 믿는다면 어떠했을까.

먼저 나서서 자진신고할 기업은 없었을 것이다.

결국 공정위 스스로 담합입찰을 증명해낼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담합을 방지하고 자진신고도 유도해낼 수 있는 관건이다.

공정위는 이번에 담합을 자진신고한 기업이 나타났지만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담합사례가 많다는 점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것같다.

< 김성택 경제부 기자 idntt@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5일자 ).